‘이공계 학생은 융통성 없다’는 선입견, 동아리·인턴 경험으로 깨버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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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한국 지멘스 헬스케어 영업 담당인 최재용(28·사진) 대리는 이공계 출신이 취직에 성공하려면 이공계의 단점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취업 선배와의 대화’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특히 이공계 출신의 취업 준비생이 많이 참가했다.

POSTECH 산업공학과 출신인 최씨는 2008년 지멘스에 입사했다. 그가 취직 준비를 하면서 가장 애쓴 부분은 ‘이공계 출신은 융통성이 없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선입견을 깨는 것이었다고 한다. 최씨는 “인문계 출신이 이공계에 비해 섬세함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라며 “이공계 출신도 동아리 활동, 각종 아르바이트와 인턴 경험 등을 통해 그런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에 대한 지식, 그리고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이겨나가려는 모험심과 집중력 등 이공계 출신만의 장점은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공학을 공부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는 지멘스 글로벌 CEO 페터 뢰셔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멘스와 같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회사는 이공계 출신의 장점을 살리기 좋다”면서 “실제로 회사에 있는 CEO들도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지멘스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기전자 기업이다. 현재 제조·운송뿐 아니라 에너지·헬스케어 등의 산업에 진출해 있으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40만 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최씨는 “지멘스는 지난해 한 해 매출만 766억 유로(약 120조원)에 이르고, 그중 독일 이외의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며 지멘스가 튼튼한 구조를 갖춘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했다. 지멘스에서 최씨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 부문 영업이다. 지멘스에서 생산하는 의료·진단 장비를 병원의 의료기기 담당자와 의사에게 판매하는 일이다. 최씨는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판매하는지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는 게 우선이며,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마케팅 철학과 세일즈 비법을 쌓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무조건 국내 기업 또는 외국계 기업으로 선을 긋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분야가 비슷하다면 연봉도 별 차이가 없고, 외국계라 해도 한국인이 많으면 한국 문화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진급이 빠르고, 업무 분위기가 편안하면서 수평적이라는 점은 외국계 기업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을 공개 채용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경력직 위주로 수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 인원도 소수다. 최씨는 “만약 외국계 회사를 노린다면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수시로 회사 문을 두드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경 기자, 하선영 인턴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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