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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와 합당 반대" 민주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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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주당 2기 한화갑 대표 체제가 3일 출범했다.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경선에서 83.1%를 득표한 한 대표는 16.9%를 얻은 김상현 전 민주당 고문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이날 경선은 대의원 4461명의 투표를 80%, 후원 당원 7319명의 우편투표를 20% 반영해 치러졌다.


3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한화갑 의원(右)이 함께 경선에 참가한 김상현 전 고문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조용철 기자

한화갑 대표의 취임사는 여권에 대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정당정치를 뿌리째 흔들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과거 실패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당장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대선후보급 인사들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건 전 총리에게도 간접적으로 (입당)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에 반대하고 민주당 중심의 정권 창출을 약속하는 내용의 합당 반대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 독자 생존 노선 천명=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맡은 한 대표의 첫번째 임기는 당의 명맥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기간이었다. 현역 의원 116석의 집권 여당이 하루아침에 9석짜리 미니 야당으로 전락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이날 대표 경선 출마 연설에서 "9명의 미니 정당이라는 난파선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두번째 임기를 맞은 한 대표는 이제 난파선을 정비해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선장 역할을 맡은 셈이다. 흐트러진 당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약해진 구심력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한 대표가 갖고 있는 당권 장악의 키워드는 '민주당 독자 생존 노선'이다. 전당대회에서 '합당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론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김효석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등에 대한 입각 제의 논란으로 당내에 통합 반대 여론이 퍼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 상실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합당론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열린우리당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합당론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대선 빚 변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권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대표 지도력의 첫 시험무대는 4월 재.보궐 선거다.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때 호남이 아닌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야만 '9석의 호남 미니 정당'에서 전국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 재건 열기 가득=이날 행사에는 1만여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이 참석, 시종 뜨겁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행사에선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50년 전통의 민주정당'임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연설 도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대의원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김상현 후보는 "김대중 선생의 건강을 위해 큰 박수를 보내자"고 말해 참석자들의 환호를 얻었다.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부축 없이 혼자 단상 앞에 걸어나와 조한천 사무총장 등과 함께 손을 흔들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한나라당 이규택 최고위원과 자민련 김학원 대표, 중국과 영국.러시아 등 13개국 외교사절이 전당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은 축하 화환을 보냈다.

박소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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