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에서 셋째)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남부 도르도뉴 지역에 있는 라스코 동굴을 둘러보고 있다. [라스코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사르코지 대통령은 가족과 문화부 장관, 사진기자 등을 대동해 총 10명이 동시에 동굴에 들어갔다. 20년 전인 발견 50주년 기념일 때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5명 제한 입장 규칙을 지켜 장관과 문화재 전문가만 데리고 현장을 방문한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벽화 관리자도 35분 이상은 동굴 속에 머물지 않는 관행을 깨며 50분가량 벽화를 구경했다. 동굴 입장 전에 오염 방지용 가운과 모자를 써야 하는 규칙도 어겼다. 가운은 입었으나 모자는 쓰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문화 행사를 가족을 위한 잔치로 만들었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날 라스코 동굴 인근에서 열린 주변 관광지 개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동굴에 들어가는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아들 장 사르코지를 파리 외곽 계획도시인 라데팡스의 개발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다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여론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라스코(Lascaux) 동굴=1940년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 몽티냐크 마을에서 4명의 소년이 우연히 발견한 동굴. 약 900개의 동물·주술사 등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63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83년 200m 떨어진 곳에 벽화들을 모사한 인공 동굴 전시장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