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 지속하면 통일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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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계속해야 합니다. 대화를 지속하다 보면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졌듯이 남북한 역시 곧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시린 에바디 박사가 13일 이화여대 대학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63) 박사의 말이다. 에바디 박사는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해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북한 관계가 경색됐다.

“그래도 남·북한은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실제로 헤어져 사는 가족도 많다. 이들은 다시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남·북한은 대화를 계속하고 이를 통해 서로 화해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고 들어 대화에 어려움이 있다.

“북한 정부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지 않고 군사적 무장에만 쓰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남·북한의 경제적 수준 차이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란 역시 핵문제로 한국 등 국제 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

“이같은 제재는 궁극적으로 이란 국민을 위한 일이다. 이란의 은행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고 있다. 이런 은행을 제재함으로써 이란 정부가 핵·군사 시설을 증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국민에게 주는 불이익은 없나.

“식량이나 의약품은 UN 등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경제적 제재가 국민에게 끼치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 정부의 핵무기 정책에 반대하는 이란인들은 UN과 한국의 제재를 오히려 고마워한다.”

에바디 박사는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인터넷’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 “정부의 핵 정책에 반대하고 인권 운동을 펼치는 수많은 이란의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구금돼 있다. 이같은 상황이 정부의 검열 속에서도 외부에 알려졌던 것은 인터넷 덕분”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소통해야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며 “그것이 가능한 공간이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에바디 박사는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를 지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자리에서 밀려났다. 그는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기회를 가지는 것”이라며 “여성의 권리가 평등하게 인정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간통 등의 혐의로 투석 처형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에 대해서는 “돌을 던져 사형을 집행한다는 처형 방법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이란 여성들은 법에 의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바디 박사는 이란의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여성과 아동의 권리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던 지난해 6월 대선 뒤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부정선거와 정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그의 노벨상 메달을 일시 몰수했다가 돌려주기도 했다.

정선언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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