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실장 ‘어정쩡한 겸직’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국회의원직 사퇴서 처리가 두 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대통령실장이 의원직을 겸직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임 실장은 7월 17일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여야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서 처리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16일 본회의를 열지만 여야는 이날도 임 실장 사퇴서 문제는 다루지 않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법안만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선거법상 이달 말까지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으면 임 실장의 지역구(성남분당을)에선 보궐선거가 10월이 아닌 내년 4월로 미뤄진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국감 기간에 선거를 치르는 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심전심’이 있어 논의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10월 선거를 바라지 않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사퇴서 처리를 늦추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남분당을은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으로, 강재섭 전 대표,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중량급 인사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여당 지도부의 선택이 쉽지 않은 데다 패배하면 큰 상처를 입기 때문에 선거를 가능한 한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10·3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데다 성남분당을이 약세 지역이므로 당장 선거를 하는 게 부담이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2003년 문희상 비서실장이 의원직을 사퇴했을 때 민주당이 처리를 미루자 한나라당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비난했었다”며 “임 실장의 사퇴서는 이달 안에 처리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