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태권도 국가대표팀이 구슬땀을 흘리던 지난 7일 서울 태릉선수촌 개선관. 선수들 사이에서 아직 솜털이 남은 한 소년이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10분간의 휴식. 다들 쉬지만 소년은 목만 축인 뒤 구석으로 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태권도 남자 63㎏ 이하급 국가대표 이대훈(18·한성고·사진). 한국 태권도 사상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고생 국가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 굳게 다문 입. 곱상한 미소년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위협적인 발차기를 앞세운 파이터로 변신한다.
# 눈물 지우려 맹훈련
이대훈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이란 아시아청소년대회. 국제대회에서 진가를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대도 컸다. 한국은 10명의 남자선수가 출전해 9개의 메달을 따냈다. 유일하게 따지 못한 선수가 그였다. 1회전에서 이란 선수에게 완패해 더 뛰어보지도 못했다. 그는 코칭스태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혼자만 메달을 따지 못한 게 창피했다. 눈물을 닦으며 “더 큰 대회에 나가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귀국 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8시간 이상 훈련에 매진했다.
# 최연소 남자 국가대표
이란에서 돌아온 지 4개월여. 이대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층 여유가 생겼고 자신감도 넘쳤다. 올해 3월 3·15기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 4월 용인대 총장기 전국남녀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대회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대부분 경기를 RSC(획득 점수 10점 차 이상)승으로 이겼다.
이대훈은 내친 김에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출전한 63㎏ 이하급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염효섭(상무)과 국가대표 김두산(수원시청) 등 대학과 실업의 강자들이 즐비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승세를 탄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지난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 김종현(경희대), 아시아선수권 대표 함규환(제주도청)이 모두 10점 차(13-3)로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는 6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따냈다.
#상단 차기 ‘필살기’
이대훈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 다. 국내 남자 태권도에서 고교생 선수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것은 처음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이대훈이 뒤돌려차기 시범을 보였다. [임현동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최대 적수는 이란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자호구를 사용한다. 이란은 오래 전부터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훈련했지만 한국은 올 들어 처음 착용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꼭 이란 선수를 꺾어야 한다. 지난해의 패배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글=김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이대훈
- 출생=1992년 2월 5일 서울, 체격=1m82㎝·63㎏
- 출신 학교=중계초-한성중-한성고
- 필살기=상단 차기
- 장점=경기 운영 능력, 단점=순발력
- 태권도 외 좋아하는 운동=축구
- 스트레스 해소법=영화 감상, 좋아하는 음식=과일
- 수상 경력
2009년 전국체전 우승, 전국협회장기대회 2위
2010년 용인대총장기 전국고교대회 우승, 3·15기념 전국대회 우승,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1위(63㎏이하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