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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다 제친 태권소년 이대훈 ‘광저우 금빛 발차기 날아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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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태권도 국가대표팀이 구슬땀을 흘리던 지난 7일 서울 태릉선수촌 개선관. 선수들 사이에서 아직 솜털이 남은 한 소년이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10분간의 휴식. 다들 쉬지만 소년은 목만 축인 뒤 구석으로 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태권도 남자 63㎏ 이하급 국가대표 이대훈(18·한성고·사진). 한국 태권도 사상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고생 국가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 굳게 다문 입. 곱상한 미소년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위협적인 발차기를 앞세운 파이터로 변신한다.

# 눈물 지우려 맹훈련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대훈은 왜소했다. 또래보다 작고 말라 운동선수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실력은 좋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한 아버지(이주열·40)로부터 받은 피를 속일 수 없었다. 공격 타이밍을 잡는 감각이 뛰어났다. 그를 8년간 지도해온 전문희(한성고 감독) 국가대표팀 코치는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 상대로선 공략하기 정말 까다로운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중3부터 고1까지 2년간 10㎝(1m70㎝→1m80㎝)가 자랐다. 체격의 열세를 벗자 성적도 올랐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대훈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이란 아시아청소년대회. 국제대회에서 진가를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대도 컸다. 한국은 10명의 남자선수가 출전해 9개의 메달을 따냈다. 유일하게 따지 못한 선수가 그였다. 1회전에서 이란 선수에게 완패해 더 뛰어보지도 못했다. 그는 코칭스태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혼자만 메달을 따지 못한 게 창피했다. 눈물을 닦으며 “더 큰 대회에 나가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귀국 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8시간 이상 훈련에 매진했다.

# 최연소 남자 국가대표

이란에서 돌아온 지 4개월여. 이대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층 여유가 생겼고 자신감도 넘쳤다. 올해 3월 3·15기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 4월 용인대 총장기 전국남녀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대회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대부분 경기를 RSC(획득 점수 10점 차 이상)승으로 이겼다.

이대훈은 내친 김에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출전한 63㎏ 이하급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염효섭(상무)과 국가대표 김두산(수원시청) 등 대학과 실업의 강자들이 즐비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승세를 탄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지난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 김종현(경희대), 아시아선수권 대표 함규환(제주도청)이 모두 10점 차(13-3)로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는 6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따냈다.

#상단 차기 ‘필살기’

이대훈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 다. 국내 남자 태권도에서 고교생 선수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것은 처음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이대훈이 뒤돌려차기 시범을 보였다. [임현동 기자]

이대훈의 특기는 상단 차기다. 태권도에서는 몸통보다는 머리를 공략하는 게 3배나 점수가 높다. 1m82㎝의 큰 키를 이용한 발차기가 위협적이다. 게다가 양 발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공격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문희 코치는 “체력도 웬만한 성인보다 낫다. 부족한 경험과 정신적인 부분만 보완하면 금메달감”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최대 적수는 이란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자호구를 사용한다. 이란은 오래 전부터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훈련했지만 한국은 올 들어 처음 착용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꼭 이란 선수를 꺾어야 한다. 지난해의 패배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글=김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이대훈

- 출생=1992년 2월 5일 서울, 체격=1m82㎝·63㎏

- 출신 학교=중계초-한성중-한성고

- 필살기=상단 차기

- 장점=경기 운영 능력, 단점=순발력

- 태권도 외 좋아하는 운동=축구

- 스트레스 해소법=영화 감상, 좋아하는 음식=과일

- 수상 경력

2009년 전국체전 우승, 전국협회장기대회 2위

2010년 용인대총장기 전국고교대회 우승, 3·15기념 전국대회 우승,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1위(63㎏이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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