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검은 공' 깜짝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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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가 연습라운드 17번홀(파3)에서 검은 공(점선 부분)으로 티샷하고 있다. [나이키골프 제공]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 골프장의 파3짜리 17번홀. PGA 투어 FBR 오픈을 하루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하던 최경주(35.나이키골프)가 난데없이 검은 색 공을 꺼내 티샷을 했다. 허공을 날던 공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다. 눈을 비빈 뒤에야 그린 위에 떨어진 공을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17번홀 그린 주변 관중석에는 해마다 수천명의 갤러리가 꽉 차거든요. 그래서 깜짝 쇼를 준비했어요."

그는 이번 대회 17번홀에서는 까만 공을 사용할 예정이다. 검은 바탕에 금색으로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특별 제작 공이다. 무게나 재질은 보통의 흰색 공과 차이가 없다. PGA 투어에 블랙 볼이 등장한 건 지난달 소니 오픈 때 존 쿡(미국)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쿡은 중계카메라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까만 공은 눈에 잘 안 띄긴 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어떤 선수의 공인지 금세 식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최경주 역시 좀 튀어보겠다는 뜻이다.

올 들어 나이키골프와 후원 계약을 한 그는 다양한 클럽과 공을 테스트하며 샷 감각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년에 비해 페이스가 빠른 편이라고 했다.

그는 "나상욱에 이어 위창수도 합류해 뿌듯하다. 예전엔 홀로 뛰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4일 새벽 세계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케빈 서덜랜드(미국)와 함께 티오프한다.

스코츠데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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