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중현 아들 셋 대 이어 록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학생 때부터 집에서 형제들이랑 같이 연주했어요. 형은 기타, 저는 베이스, 동생은 드럼이요.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매일 찾아 왔어요. 그래도 매일 했어요."

▶ 서울전자음악단의 리더 신윤철(左)과 베이시스트 김정욱. 드러머 신석철은 개인 사정 때문에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 했다.신동연 기자

피는 못 속이는 걸까.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65)의 세 아들은 모두 록을 하고 있다. 첫째 신대철(38)은 시나위의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집에서는 형에게 밀려 베이스를 쳤던 둘째 신윤철(36)도 어느덧 25년 경력의 기타리스트가 됐다. 그는 원더버드 등의 그룹을 거쳐 베이시스트 김정욱(34)과 함께 서울전자음악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막내 신석철(34.드럼)도 최근 이 밴드에 합류했다.

북한의 '평양전자음악단'에서 힌트를 얻어 지었다는 밴드명부터 튄다.

"어릴 때 들은 음악이 평생 가나봐요. 예민할 때였고, 좋은 음악은 사실 그 시절에 다 나오기도 했고요. 60~70년대 음악에서 좋았던 부분을 골라 조미료 안 넣고 화장 안 한 듯한 무공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마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자다 꿈을 꾸는 듯 나른하고 편안한 음악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 야채가 올라야 세련된 밥상처럼 보이듯 70년대 음악의 기본에 충실한데도 오히려 세련되게 들린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첫 앨범이 나온 건 사실 지난해 여름이었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밴드 멤버들끼리 돈과 힘을 모아 앨범을 만들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고 나서야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꿈에 들어와'란 곡은 KTF CF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새로 마스터링한 1집 음반도 재발매됐다.

신윤철은 올 여름쯤 발매될 신중현의 앨범 작업을 돕고 있기도 하다. 시나위의 새 앨범 역시 조만간 발매될 예정이다.

"아버지는 세 아들이 음악 하는 걸 좋아하세요. 하지만 단 한 번도 음악을 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누가 시켰다면 이렇게 못 했을 걸요."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