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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골프 대항전] 위기서 찾은 기회 … 어린 이시카와 료, 꾀도 보통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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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승호(왼쪽)와 이시카와 료가 10일 경기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이시카와는 제주에서도 수많은 일본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한국은 첫날 이시카와를 앞세운 일본에 2-3으로 졌다. [현대캐피탈 제공]

역시 일본의 에이스 이시카와 료(19)였다.

이시카와는 한·일전 첫날 포섬 스트로크 경기에서 소노다 슌스케와 한 조를 이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이시카와는 양국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리고, 함께 경기한 소노다도 경험이 적다. 이시카와의 고교 2년 선배로 21세에 불과하다.

이시카와는 그러나 “고교시절 함께 해온 선수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지난주 두 선수는 일본 투어에서 1, 2위를 했다. 연장까지 치렀다. 샷 감이 절정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일본은 필승조인 두 선수를 마지막 조에 포진시켰다.

이시카와는 1, 2번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6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4타 차로 앞서갔다. 7번 홀은 맨땅에서 칩샷을 하게 됐는데 뒤땅을 치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이후 버디 3개(10, 12, 16번 홀)를 추가하며 앞서갔다.

이시카와는 어리지만 노련했다. 18번 홀에서 그의 재치가 나왔다. 소노다가 친 샷이 왼쪽 OB 말뚝 쪽으로 날아갔다. 간신히 OB는 면했지만 깊은 러프였다. 도저히 핀을 노릴 수 없는 라이였다.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4타 차로 앞선 상황이어서 레이업을 해도 되고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해도 이기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경기 위원을 불렀다.

“멀리 있는 중계탑이 공이 날아가는 선상에 걸린다”고 주장하며 무벌타 드롭을 요구했다. 규칙상 TV중계탑은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로 분류돼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경기위원은 이시카와를 구제해 줬다. 이시카와는 드롭을 하고 핀 5m 정도에 붙여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냈다. 이 덕분에 마지막 조인 이들은 4타 차로 대승하면서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김경태는 “이시카와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매우 강해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선수”라고 말했다. 일본 이사오 아오키 단장은 이시카와와 소노다를 둘째 날 경기에도 마지막 조에 배치했다.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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