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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안 배운 과목, 판례 찾으며 스스로 공부 … 법대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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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 3월 서울대 인문대 신입생이 된 김모(19)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홀어머니와 사는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의 성적도 좋아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다. 김군이 합격 배지를 거머쥔 이유는 뭘까. 서울대 측은 “과학책을 읽고는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뒤 고 2 때 교내 철학 동아리를 만들어 주도한 게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서를 많이 할수록 책 한 권에서도 수십 권의 책을 읽듯이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표현한 점,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노력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올해(2011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8일 시작됐다. 126개 대학에서 수시 정원의 14.6%인 3만4000여 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다. 하지만 수시 전형 수만 2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한 데다 특히 사정관제는 어떤 점을 강조해야 경쟁력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본지가 국회 교과위 권영진(한나라당) 의원이 전국 27개 대학에서 제출받은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선발 우수 사례(5명씩)’ 자료를 받아 사정관들이 어떤 요소를 중시했는지 분석했다. 한 고교의 진학상담 교사는 “전년도 평가기준이나 성향을 알면 올 수시 준비에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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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룬 성취 중요=대학들은 성적과 학업성취도를 보지만 그 자체보다 학생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노력했는지를 평가했다. 27개 대학 대부분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은 학생을 대표 사례에 넣었다. 동국대 법학과에 합격한 학생은 학교 과목에 ‘법과 사회’가 없자 교과서를 구해 해당 과목을 독학했다. 블로그를 만들어 다른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줬다. 대학 측은 판례까지 찾아 질문에 답한 열정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에 후한 점수를 줬다.

장래희망이나 지원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한 학생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교관을 꿈꿔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고교 시절 국내외 5개 모의 유엔총회에서 활동하고 다양한 국내외 봉사활동을 했다. 대학 측은 “입학 후 국제관계연구회 같은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교수는 “공부뿐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서 얼마나 주도적 활동을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사정관들은 면접을 통해 이 같은 면이 있는지, 서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한다. 배성한 고려대 입학사정관은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아 서류를 준비한 학생들은 몇 가지만 물어보면 금방 티가 난다”며 “전공 관련 질문에 우물쭈물하는 학생들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평가도 중요=대부분의 대학이 리더십을 평가하면서 반장이나 학생회장, 동아리 부장 등 학내 활동을 반영했다. 연세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회장 같은 스펙보다는 학급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거나 하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그런 활동에서 장점을 드러내는 근거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고려대 정경대에 합격한 김모(19)군은 면접에서 리더 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집단 속에 녹아드는 것”이라고 말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 실적 대부분 반영=서울대 등 거의 모든 대학이 교내외 수상 실적을 평가지표로 사용했다. 공인 영어성적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은 “1, 2점 차이는 의미가 없지만 실적이 없으면 불성실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공인 영어성적과 교외 수상실적 등은 전형 요소로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등에 수상 실적과 함께 노력한 내용을 적었다면 가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양대·아주대 등 상당수 대학은 교사 추천서를 주목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칭찬 일색이거나 여러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을 써준 추천서를 걸러낸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의원은 “대학들이 입학 관련 정보를 보다 충실히 공개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업체에 기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개 대학이 공개한 우수 사례의 세부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권영진 의원 홈페이지(www.youngjean.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성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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