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기자의 미국생생교육] 중국은 자국어 미국수출에 연 40억 달러 쏟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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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육부 산하 공자아카데미는 매년 600~700명의 미국 교장과 교사들을 초청, 약 2주 동안 호화로운 중국 관광을 제공한다. 대형 호텔에서의 환영 만찬을 필두로 중국 각지에서 제공되는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앞서 소개한 버나드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의무교육이 시작된 것도 이 프로그램으로 중국을 보고 돌아온 교육위원 때문이었다. 미국 내 중국어 교육 확산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는 공자아카데미에서는 이렇게 중국어 교육을 받아들인 학교에 대해 일체의 학습 콘텐트를 제공한다. 또 인턴학생 제공, 교사 초청 중국 현지 탐방 서비스까지 책임진다.

중국의 대규모 언어 공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수년째 칼리지보드 고위직 간부들을 연이어 중국으로 초청, 환대할 뿐 아니라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미국 내 고교에서 공식 외국어로 채택된 중국어를 AP 과목으로 한 단계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다. SAT 시험 주관처인 칼리지보드가 대학 학점이 인정되는 AP 중국어 클래스 신설을 인정한다면 미국 내 각 고교에서 중국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무섭게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미국 내 한국어진흥재단이 벌써 수년 전부터 한국어 과목을 AP로 올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칼리지보드는 예산상의 문제로 난색을 표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연 40억 달러라는 물량 공세를 앞세워 공자아카데미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자국어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것을 그저 남의 일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면 곤란하다.

칼리지보드가 AP 중국어를 승인하면 또 다른 아시안 언어인 한국어가 AP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더 희박해진다. 세계 최고의 글로 자부하는 한국어가 이처럼 위기에 직면한 현실에서 여전히 한국 내에서는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김소영 미주 중앙일보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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