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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철 생모 '국모급' 우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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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가장 몸 가까이에서 보좌해 드리시며 충성을 다해 모셔가는 존경하는 어머님."

"항일전의 그날 어버이 수령님을 높이 모시고 우리 혁명의 대를 굳건히 이어 놓으신 항일의 여성 영웅 김정숙 동지와 꼭 같으신 분."

2002년 8월 조선인민군출판사가 발간한 대외비 강연 자료에 나오는 고영희(사진) 칭송 내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정철(24)이 북한의 차기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는 징표의 하나로 그의 생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가 꼽힌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던 고영희는 훤칠한 미인이어서 김정일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철을 낳았고 두살 터울로 정운(22)도 얻었다. 이 무렵부터 김정일의 사랑이 고영희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원래 장남 정남(34)을 낳은 다섯살 연상의 성혜림과 무척 애틋한 감정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정남은 유력한 차기 권력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정일의 마음이 고영희 쪽으로 기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역시 스위스 국제학교를 다닌 정철이 새롭게 부각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고영희에 대한 개인 숭배가 활발해졌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고영희에 대한 개인 숭배는 궁극적으로 그를 '국모(國母)'로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 역시 김정일에게 권력이 세습되면서 우상화 작업이 활발해졌다. 최근엔 김일성.김정일과 더불어 김정숙의 생일(12월 24일)도 명절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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