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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국제법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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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제 하무스오르타(61·사진) 동티모르 대통령은 6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이 국제 사회의 평화 정책에 역행하는 일을 저질렀다. 국제법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해 이날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북한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1970년대부터 동티모르를 점령했던 인도네시아의 폭정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한 공적을 인정받아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동티모르는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억압과 공포에 기반을 둔 체제는 결국 붕괴한다. 소련이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며 “북한 역시 지금의 상태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인도적 차원에서 형제라고 부르고 싶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등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6자회담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장점과 한국의 경제부흥 역사를 북한 인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화가 중단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평화공동체 수립’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하무스오타르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정치·군사적으로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고 빈곤 문제가 잔존하는 등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며 “아시아의 부국인 한국과 중국·일본·인도가 협력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민지 역사와 전쟁의 피해를 극복하고 경제적 부흥을 이룬 한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하무스오타르 대통령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동티모르 사람들이 고국의 노동 문화를 바꾸고 있다”며 “이들로 인해 한국인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문화가 동티모르에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정선언 기자, 사진=이화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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