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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갱의실’이 아니라 ‘경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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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병원에 가면 ‘갱의실’이란 표지가 붙어 있는 방이 여럿 있다. 각종 검사나 진찰 등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곳이다. 사무실이나 공장, 스포츠 시설 등에도 ‘갱의실’이 있다.

그러나 ‘갱의실’은 ‘경의실(更衣室)’이 맞는 말이다. 한자 ‘更’은 ‘다시 갱’과 ‘고칠 경’ 두 가지로 발음한다. ‘다시 갱’은 갱신(更新·계약 기간 연장)이나 갱생(更生·다시 살아남)처럼 다시(되풀이)의 뜻이 있을 때 쓰인다. ‘고칠 경’은 경신(更新·기록을 깨뜨림)·변경(變更·바꾸어 새롭게 고침) 등과 같이 무엇을 바꾸거나 새롭게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更衣室’도 ‘옷을 갈아입는 곳’으로, ‘바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경의실’로 읽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의 백과사전에도 ‘경의실’이 아니라 ‘갱의실’이 표제어로 올라 있을 정도로 잘못된 사용이 일반화됐다.

법률에 ‘경의실’이란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에서도 이 용어가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이다 보니 ‘갱의실’로 잘못 사용하는 예가 흔하다. 설사 ‘경의실’로 바르게 표기한다 해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단어다. 국립국어원은 ‘경의실’을 ‘탈의실’이나 ‘옷 갈아입는 곳’으로 바꿔 쓸 것을 권하고 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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