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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삼촌’들까지 휘어잡은 소녀시대 … 한국 아이돌 LA 뒤흔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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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미국인의 가슴을 뜨겁게 덥혔다. 4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SM 타운 월드 투어 콘서트’가 열렸다. 보아·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43명 전원이 무대에 오른 대규모 공연이었다.

스테이플스 센터는 LA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올 초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렸으며, 산타나·비욘세 등 특급 팝스타들이 콘서트를 연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이클 잭슨이 사망 직전 이곳에서 공연을 준비했고, 사망 이후 그의 장례식이 열린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 가수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한 건 처음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SM 타운 월드 투어 콘서트’의 피날레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43명 전원이 무대에 오르며 한국 대중음악의 파워를 알렸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공연 시작 대여섯 시간 전부터 스테이플스 센터 주변엔 수천 명의 미국 팬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한국계·중국계 등 아시아계 미국인은 물론 백인·흑인·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SM 측은 “예매 내역을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비동양인 팬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공연장 둘레엔 ‘샤이니 사랑해’ 등 한글 플래카드를 든 미국 팬들도 적잖았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미국인 루시아 휴덱(18)은 슈퍼주니어의 히트곡 ‘쏘리쏘리’를 한국말로 부르며 춤까지 추고 있었다. 루시아는 “어릴 때부터 유튜브를 통해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익혔다. 미국 팝 음악은 거의 안 듣지만, 동방신기·샤이니 등 한국 가수들의 노래는 일일이 찾아서 듣는다”고 말했다. 스물일곱 시간이 걸려 LA에 도착했다는 팬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온 요소피(18)는 “SM 타운 콘서트에 오려고 아르바이트를 해 비용을 마련했다”고 했다.

◆코리안 아이돌에 빠진 미국=이날 공연은 두 달 전 이미 매진됐다. 할리우드 스타 잭 니콜슨이 SM 측에 티켓 구매를 문의했을 정도다. 모두 7층으로 이뤄진 객석(플로어 포함)엔 1만5000여 관객이 빼곡히 들어찼다. 평소에는 NBA 농구팀 LA 래이커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스테이플스 센터는 이날 수천 개의 야광봉으로 뒤덮였다.

공연장은 미니 지구촌처럼 보였다. 백색 얼굴과 흑색 얼굴, 황색 얼굴이 뒤섞여 한국 가요를 따라 출렁이고 있었다. 가수들도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을 섞어가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걸그룹 f(x)가 시동을 걸었다. 데뷔곡 ‘라차타’의 숨가쁜 리듬에 관객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등장하자 금발의 소녀팬들이 방방 뛰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미국 진출에 성공한 보아는 두터운 영어 실력으로 전체 무대를 이끌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순간 불이 꺼졌다. 희미한 조명을 뚫고 한국의 대표적인 걸그룹 소녀시대의 실루엣이 설핏 비쳤다. 터져 나오는 묵직한 함성. “소.녀.시.대!” 하지만 어딘가 어눌한 한국말. 미국판 삼촌팬, 그러니까 ‘엉클팬’의 우렁찬 함성이었다. 핑크빛 티셔츠를 맞추고 자리잡은 소녀시대 팬 가운데는 파란 눈의 ‘엉클팬’도 숱했다. 특히 히트곡 ‘Oh!’를 부를 땐 주요 멜로디인 “오오오오, 오빠를 사랑해”를 한 목소리로 따라 하기도 했다.

남성 아이돌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대만에서 33주 연속 차트 1위에 올랐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는 대다수 미국 소녀 팬들도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 ‘쏘리쏘리’가 나오자 곳곳에서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따라했다. 멤버 탈퇴 등으로 어수선했던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와이어에 매달린 두 멤버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며 등장하자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쏟아졌다.

4시간 동안 펼쳐진 공연 실황은 3D 입체 영상에 담겼다.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상팀이 제작해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전세기로 월드 투어=이번 콘서트에는 국내 기획사 최초로 전세기가 동원됐다. SM 소속 가수 전원과 스태프·취재진 250명이 보잉 747(300석 규모)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기내에선 SM의 최고참 가수인 김민종·강타가 직접 음료 서비스를 하고,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이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전세기를 띄우는 데만 10억원 상당이 들었다고 한다. SM 타운의 월드 투어는 내년 초부터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으로 이어진다.

LA=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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