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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후계자 결정해도 계속 집권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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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한이 후계자를 결정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일이 계속 정권을 갖고 집권해 나갈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사진) 일본 공안위원장은 “곧 개최될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김정일 정권의 후계자 문제를 결정하는 자리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2일 도쿄의 중앙청사 20층 공안위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인터뷰를 한 자리에서다. 일본 경찰조직과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 후계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일본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이 위원장의 명함에는 ‘납치문제 담당 내각부 특명담당 대신’이란 직함이 함께 적혀있다. 1977년11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를 비롯한 17명의 피랍 일본인(5명은 귀환)과 관련한 문제를 전담하는 특임장관이다. 인터뷰는 납치 일본인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와 외무성의 초청으로 방문한 중앙일보 기자를 나카이 위원장이 집무실로 초대함으로써 이뤄졌다.

나카이 위원장은 “납치문제는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사건”이라며 “김정일이 살아있고 권력에 있을 때 해결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임 이후 1년간 정보를 수집한 결과 북한이 죽었다고 한 납치 일본인이 실제로는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메구미가 93년3월 우울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일본에 넘긴 유골이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의혹을 받아왔다. 나카이 위원장은 “일본의 이전 정부는 납북된 국민과 관련한 정보 수집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납치자 문제 제기를 남북관계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본 듯 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황장엽·김현희 씨의 방일을 허용하는 등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카이 위원장은 7월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초청해 납치 일본인 가족과 만나게 했으나 헬기 이동 등으로 과도한 ‘국빈대접’을 했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북한과 수교를 하는 것과 납치문제는 전혀 별개 사안”이라며 “그러나 외무성은 과거와 같은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일 수교교섭 등을 추진하면서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무성의 입장을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자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나카이 위원장은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오카다 외상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에서 ‘한국정부와 공조’문제를 언급했다”며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이 위원장은 푸른색 리본 모양의 배지를 늘 오른쪽 가슴에 달고 있다. 납치 피해자와 가족의 만남을 기원하는 ‘블루 리본’이다. 나카이 위원장은 “납치문제 해결에는 북한 내 일본 납치자 관련 정보가 절실하다”며 “특히 2만여 명의 한국 내 탈북자들이 관련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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