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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창업현장] '꼼장어'전문점 염대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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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먹장어·닭발 등 포장마차 음식들이 최근 복고풍 바람을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황가네 꼼장어'를 운영하는 염대열(45·사진)씨는 일단 이 같은 외식업의 최신 흐름을 잘 탔고 점포 운영도 치밀하게 해서 성공했다.

염씨는 9년째 하던 홍보.판촉물 사업이 시원치 않자 전업을 시도했다. 우연히 들른 안산의 '꼼장어'(이하 표준말인 먹장어로 통일함) 전문점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곧바로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수원에 사는 염씨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먹장어 전문점을 한 달 동안 수십 군데나 돌아다닌 끝에 안산시 고잔 신도시에 가게를 내기로 했다. 서민층이 많은 곳이 먹장어 장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점포를 고르는 안목도 특이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큰 길가의 아파트 상가를 골랐다. 점포 뒤로 아파트 1만여가구가 있어 눈에는 잘 띄었지만 건널목이 멀어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는 곳이었다. 예전 점포는 재미를 못 보고 나간 곳이어서 권리금도 없었다. 염씨는 "가게 앞 큰길이 항상 자동차가 밀리는 상습정체 구역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면 '잘 되는 집'이라는 입소문이 금방 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개업한 염씨는 아파트 부녀회 회장이나 통.반장 등 동네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각종 체육 모임이나 인근 공단의 주요 인사들에도 집중 홍보했다. 그는 "아파트단지 내 운동회 등 동네의 각종 행사가 언제 열리는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소문을 듣고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고, 예상대로 차를 타고 지나가던 이들에게는 저절로 알려졌다.

고객 확보를 위해 시간만 나면 클래식 음악CD에 명함을 붙여 주변 사무실에 돌렸다. 홍보 전단지는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음악 CD를 공짜로 받은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찾아온다고 믿었다.

먹장어 전문점인데도 손님 중 여성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 고객을 잡아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입소문이 빨리 전파되는데다 돈은 남자가 내더라도 음식점 선택권은 여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2000여명이나 되는 고객 명함을 확보해 뒷면에 고객의 특징, 대화 내용, 음식 주문성향 등을 꼼꼼하게 메모해 뒀다가 그 고객이 다시 오면 단골로 대접했다.

"요즘 음식장사 안 된다고들 하지만 장사는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불황에 강한 업종을 선택해 고객을 '왕'으로 대하면 감동받고 얼마든지 찾아오지요."

◆얼마나 남을까=FC창업코리아에 따르면 염씨 점포의 월평균 순이익은 1500만원 선이다. 창업 비용은 23평 점포 임대보증금 6000만원, 프랜차이즈 가맹비 300만원, 인테리어비 6000만원, 첫 물품비 300만원, 냉난방 설비 및 기타 설비 1000만원 등 모두 1억3600만원이 들었다. 테이블 15개인 이 가게의 한달 평균 매출은 4000만원. 여기서 원재료비 1800만원, 점포세 200만원, 인건비 300만원, 기타관리비 200만원 등이 비용이다. 상권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보통 먹장어 점포는 초저녁부터 새벽 서너시까지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은 고된 편이다.

서경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 1월 31일자 E9면 '꼼장어 전문점' 관련 기사에 나오는 '갯장어'라는 표현을 '먹장어'로 바로잡습니다. 독자 김경환님께서 지적해 주셨습니다. 당시 본지는 일부 사전을 참고해 꼼장어의 표준말은 갯장어라고 기사화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꼼장어'라는 말이 없습니다. '곰장어'를 찾아보면 ①먹장어로 순화해 써야 함 ②갯장어의 잘못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쓴 어류전문가 이태원씨는 "일부 지방에서 갯장어를 곰장어로 잘못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포장마차에서 볼 수 있는 곰장어는 먹장어가 맞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중앙일보 어문연구소는 "'먹장어'보다는 일반에 널리 쓰이는 '곰장어'로 표기를 통일해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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