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등 관심 '트랙2'제안 위해 평양 가는 박한식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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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에 대해'정권 교체'아닌'체제 변형'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체제 변형은 정권 교체 없이 불가능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 북.미 간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외에 별도의 대화 채널 구축이 절실하다."

다음달 1일 평양을 방문하는 박한식(65)미 조지아대 세계문제연구센터 소장은 2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남북한과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트랙2 대화'를 상냠?歐?위해 방북한다. 8개월째 중단된 6자회담(트랙1에 해당)의 물꼬를 트기 위해 3국 지식인들이 부담없이 대화(트랙 2:제2의 교섭통로)를 하자는 것이다. 대화 결과는 '권고안'형태로 정부에 전달된다.

박 교수는 28일 서울에 도착, 우리 정부 관계자와 만난다.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1일 혼자서 평양에 들어가 8일까지 북한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다.

-'트랙2'추진 배경은.

"교착 상태인 6자회담을 풀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남북한과 미국의 지식인들이 핵 문제부터 경제협력.지역안보까지 폭넓게 논의하는 채널이 될 것이다. 6자회담 대표의 아래급 고위관리(국장급)와 의원들도 참여시킬 생각이다. 3월 중 미국 조지아대에서 비공개로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잘되면 1년에 한두번씩 정기화할 방침이다."

-방북해서 무엇을 할 계획인가.

"원래는 이달 하순 방북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이 확정된 뒤인 2월 초로 늦춰졌다. 미국 ABC뉴스 대표인 데이비드 웨스틴도 5~8일 북한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방북하면 트랙2 개최와 상설화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 북한과 미국은 트랙2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확정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방북을 통해 양국이 접근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메이저 언론사 대표의 방북은 처음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미국 내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번 방북은 취재 목적이 아니다. 미국 언론과 북한 관리들이 직접 대화함으로써 미 언론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북한은 최근 안보만 보장되면 핵폐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된 것도 개방을 의식한 행동이다. 그러나 미국은 부시 행정부 2기에 들어서도 매파들이 대외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내심 북핵 문제가 현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돼도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트랙2는 그런 점에서 대화를 잇는 틀이 될 수 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23일 "박한식 교수가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에게 '트랙2'회의 개최를 타진했고, 박 대사도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트랙2를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한식 교수=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1세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40여차례 방북해 북.미 관계 중재에 관여해 왔다. 2003년 8월 처음 개최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2003년 11월 조지아대로 북한.미국 관리들을 초청, 지난해 2월 회담이 재개되는 데 기여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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