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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소득 2만 달러 ‘깔딱고개’ 과학기술로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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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5대양 6대주의 주역으로 떠오른 생생한 드라마로서 영국의 산업혁명, 이는 단순한 공업·기술 혁명이 아니었다. 대륙으로의 길이 봉쇄당한 후진국 섬나라 국민이 살아남으려는 절규와 몸부림의 산물이었다.

근래 일류병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시장의 우리 제품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아우성이 들린다. 여태껏 노벨 과학상 수상자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분통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한 입에서 흘러나오기 일쑤다. 노벨상은 아무한테나 주지 않는다. 세계 최고, 초일류에게만 준다. 최첨단 기술제품은 최고 기술자가 만든다. 일류 상품일수록 경쟁력이 강하고 잘 팔린다. 올림픽 금메달 많이 따는 나라가 스포츠 강국이고, 일류기업·첨단기술 많은 나라가 기술강국이요, 선진국이다.

“지금 잘 팔리는 것 중 몇 개나 살아남을지 5년 앞이 안 보인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기업들은 다 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장래가 없고 준비 안 된 나라는 지구 뒤편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용이냐 이무기냐의 갈림길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당장 달라져야 한다. 패러다임 변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개벽, 그것도 ‘천지개벽’이 있어야 한다.

첫째, ‘과학기술 창의 입국’의 정부 체제다. 내다 팔아야만 먹고사는 나라는 남이 못 만드는 물건을 만들고, 같은 물건이면 값이라도 싸야 한다. 그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 과학기술 총괄 사령탑(Control Tower)이 그래서 절실하다. 말만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지 만신창이 패전국과 다름 없던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이 과학기술청 장관을 겸했다.

둘째, 이공계 대학은 국립대로 하자. 그 길이 살길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 둘러싸인 산악국 스위스, 국회에 과학기술상임위원회를 두고, 이공계 대학만 국립으로 둔 유일한 나라다. 그들에겐 법(法)·의(醫)·상(商)·예(藝)가 중요하지 않을까. 국민은 이런 정책을 슬기롭게 받아들인다. 인구 700만 명에 노벨 수상자 20여 명, 국민소득 4만 달러, 놀랍고 부럽고 멋지다.

셋째, 젊은 세대에게 이공계가 매력을 줘야 한다. 차제에 ①정부 공직자 채용고시에서 이공계 비율 50% ②이공계 대학생 전원 장학금 ③공학인증제 전면 실시로 국제 상호 인정과 수요자 중심 교육 실현 ④의사·변호사 개원처럼 박사·기술사의 창업 확대 ⑤은퇴 과학기술 인력의 관리직·컨설팅직 전직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국민적 과학기술 사랑이다. 어느 나라 국민보다 과학기술을 많이 알고 아끼는 한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 남아공 월드컵 축구 16강전에는 태극전사, 수출전선에서는 기술전사다. 산·학·연 기술주역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자. 그러면 G7(선진 7개국)도 꿈만은 아니다.

우리에겐 우수한 두뇌, 세계 으뜸의 교육열이 있다. 세종대왕 때의 일류 과학기술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슬기를 모을 때다. 과학기술로 세계로, 선진 한국으로, 너도나도 다 함께.

한영성 한국기술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