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olf&] “실패도 하고 싶어요” 욕심도 많은 안신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마른 편이라 거리 안 나지만, 그렇다고 살 찌긴 싫어요

안신애는 스피드를 즐긴다고 했다. 흰색 애마 언파를 타고 시속 160㎞로 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지난달 29일엔 또 다른 자동차가 생겼단다. 서브 스폰서가 특급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대형 승합차(밴)를 지원해준 것이다. 아직 임시번호판을 단 커다란 밴이 그를 모시고 다닌다.

안신애가 아이언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신애는 KLPGA 투어에서 스타일이 가장 뛰어나며 예쁘다는 칭찬도 자주 듣지만 “배경은 선배의 선한 이미지와 서희경 언니의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부럽다”고 하는 욕심 많은 선수다. [김상선 기자]

안신애는 올해 여자 골프 최고 스타다. KLPGA투어에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골프 실력도 좋지만 빼어난 외모 덕분에 인기가 더 좋다. 똑같이 버디를 잡아도 날씬한 몸매에 예쁜 얼굴을 한 안신애를 팬들은 더 좋아한다. 안신애도 그걸 안다.

“골프는 TV 중계 중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다른 종목보다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유전자를 주신 부모님이 고맙지요.”

안신애는 키가 1m65㎝로 큰 편이지만 체형이 가냘픈 편이어서 거리는 많이 나지 않는다. 덩치가 더 크다면 거리가 늘겠지만 늘씬한 체형과 거리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거리 늘리려고 살 찌우기 싫어요. 거리 핸디캡 그냥 갖고 살래요. 생긴 대로 살아야죠 뭐.”

안신애는 치마를 잘 입지 않는다.

“치마를 입었을 때보다 바지를 입었을 때 성적이 좋았던 징크스 아닌 징크스도 있지만 다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드러내고 싶지 않고, 다리가 햇볕에 타는 것도 싫다”고 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들을 감동시킨 박세리의 구릿빛 다리는 안신애에게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스타일 좋아 … 입는 옷마다 품절 된대요

끼도 넘친다. 사진 촬영 중 모델 뺨치는 멋진 포즈가 척척 나왔다. “너무 힘들다”면서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얼굴엔 섹시한 표정과 밝은 미소가 어우러진다. 지난해 말 골프웨어 광고를 찍을 때도 신인급인 안신애가 가장 튀었다고 한다. 그는 멋쟁이들이 많은 KLPGA 투어에서 스타일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그에게 의류를 지원해주는 르꼬끄의 민세중 이사는 “안신애가 입는 옷은 대부분 절판돼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안신애가 옷 고르는 눈썰미가 좋아 멋진 옷을 고르기도 하고, 그가 입었기 때문에 옷이 잘 팔리기도 해서다. 안신애는 “틈틈이 패션 잡지를 많이 봐서 패션 감각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도 잘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뉴질랜드에서 살았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최근엔 일본어도 슬슬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피아노도 잘 친다. 오스트리아의 재즈 가수 파로브 스텔라의 음악을 즐겨 듣고 일본 음악도 좋아한다.

학생으로 치면 안신애는 공부 1등, 외모 1등에 놀기도 1등인 ‘엄친딸’이다. 경쟁자들이 보면 얄미울 것 같다. 선수들이 안신애에 대해 가장 기분 나빠하는 것은 골프에 전념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성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골프는 삶의 일부일 뿐, 책 보고 음악도 들어야 살죠

안신애는 하루에 공을 3박스 이상 치지 않는다.

“골프는 삶의 여러 가지 중요한 일 중 하나일 뿐이죠. 저는 인생을 즐기고 싶거든요. 친구랑 여행도 가고, 대학생활도 즐기고, 음악도 듣고 해야지 골프선수는 하루 종일 골프만 해야 한다는 생각, 좀 답답해요.”

공부는 대충 하고 매일 놀아도 머리가 좋아 1등을 하는 학생처럼 안신애는 골프 천재일까.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안신애는 “나도 어렸을 때는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한밤 공동묘지 체험이나 해병대 극기훈련 같은 것은 하지 않았지만 엄한 아버지로부터 스파르타식으로 골프를 배웠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살 때는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느라 땀깨나 흘렸어요. 새벽에 볼을 치고,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녀온 뒤 저녁에 다시 볼을 치는 생활을 반복했지요. 훈련 중에 누구랑 말만 해도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어요.”

안신애는 골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고 생각한다. 3년 전 한국에 돌아온 뒤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골프를 못 하면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훈련했다면 골프가 벌써 지겨워졌을 거예요. 책을 보면서 다양하고 긍정적인 지식을 배우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도 풀어야 해요. 잠 줄이고 공 한 박스 더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잠 한 시간 더 자는 것이 골프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안신애는 그러면서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고 했다. “골프를 잘하려고 나 자신에게 자유를 준다”고 했다. 당차다.

하루 열시간씩 공만 쳤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예요

이전까지 한국 선수들은 은근과 끈기로 세계 최고의 골퍼가 됐다. 박세리도, 김미현도, 신지애도 흘린 땀과 성적이 정비례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했고, 그래서 LPGA 무대를 정복했다. 안신애는 “연습 열 시간씩 하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예요. 사람은 일정한 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어요.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해야죠. 몸이 지치면 나쁜 샷을 연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안신애가 상승곡선을 탄 것은 하반기부터다. 6개 대회에서 우승 2번, 준우승 3번, 3위 1번을 했다. PGA 클래스A인 이병옥 프로(J골프 해설위원)를 만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병옥씨는 “레슨을 해달라고 찾아왔는데 이런저런 샷을 쳐보라고 하니까 완벽하게 치더라. 왜 레슨을 받으려 하느냐, 그냥 이대로만 치면 되겠다고 칭찬해 줬다. 그러니까 대회에서도 자신감에 넘쳐 연습 때처럼 멋진 샷을 치고 우승을 하더라”고 말했다.

안신애는 “내 스윙을 고쳐줄 사람이 아니라 골프 코스에서 나의 등을 두드려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안신애도 작은 칭찬에 신이 나 성적을 내는 여린 스무 살 처녀일 뿐이다. 안신애는 “투어에서 친한 친구가 없어서 다른 선수들이 내 별명을 ‘안친해’라고 지었다는데 마음을 터놓을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엄친딸’도 스트레스가 많다. 최종 목표는 미국 LPGA 투어인데 그 험한 경쟁을 견딜 수 있을지 고민이다. “오랫동안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안니카 소렌스탐을 존경하지만 여자이기 전에 골퍼라고 생각한 소렌스탐처럼 내가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성공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아직도 휴대전화 요금 몇만원에 아까워하고 5000원짜리 점심 식사 찾으러 다니는데, 어린 나이에 수억원의 상금을 버는 것이 당황스러워요. 그래서 실패도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내가 더 크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글=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