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칡소 고급 부위, 처녀소 … 추석 간판 선물‘소싸움’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8주 동안 숙성시킨 신세계 ‘숙성한우 선물세트’.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을 겨냥해 ‘전통한우 칡소(얼룩소) 세트’를 내놓았다. 전국적으로 사육 두수가 1200두에 불과한 칡소의 고급 부위만을 골라 만들었다. 칡소는 일반 소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낮아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유기농 한우’ ‘제주 흑한우’ ‘칡소’ 등 희귀 한우와 함께 ‘미출산 암소(처녀소)’ 고기로 만든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미출산 암소는 일반 암소보다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쫄깃한 게 특징. 가격은 일반 암소 세트보다 30%가량 비싸다. 육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미식가들이 좋아하지만 미출산 암소가 시장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어 희소성이 높다. 새끼를 4~5번 이상 낳은 암소를 도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짜리 송아지를 도축해 만든 신세계 ‘빌(Veal)&와인’세트.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28~32개월령 한우를 도축한 뒤 가장 이상적인 숙성온도(0~4도)에서 8주간 숙성시킨 ‘숙성한우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이런 방식은 숙성 과정에서 고기 양이 20~30%가량 줄어드는 등 손실률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지만 일반육에 비해 맛이 탁월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번에 출시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또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송아지를 제품화한 ‘무항생제 송아지 고기와 와인세트’를 내놓았다. 전담 관리사를 두고 6개월간 우유만 먹여 키운 송아지를 재료로 한다. 이 백화점 측은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없이 키워 가장 건강하고 위생적인 상태로 출하하는 게 특징”이라며 “100g당 3만5900원 선으로 최상급 명품 한우 세트보다 60%가량 더 비싸지만 맛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 백화점 강진맥우 선물세트.

갤러리아백화점은 두충·갈근 등 한약재가 들어간 막걸리를 먹고 자란 전통한우로 만든 ‘강진맥우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프리미엄 한우 변천사=시대별로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의 구성이나 소재도 달라진다. 유통업계에선 본격적인 프리미엄 한우 출시 경쟁이 2000년대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본다. 현대백화점 이헌상 식품팀 부장은 “80~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로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농·축산물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본격화되었고 이때 시작된 한우 개량사업 덕에 1990년대 말부터 고급 한우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마블링이 잘 돼 있는 한우육의 모습.

현대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재래식 여물을 먹여서 키운 화식한우를 2000년에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내놓았다. 한우 고기가 정말 국산인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한우 DNA 판독이 시작된 것도 2000년부터다. 횡성한우·지리산 순한한우·섬진강 뜨레한우 등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독자적인 사육법과 사료를 통해 키운 브랜드육이 등장하기 시작된 것도 이때다.

2004년 시작된 축산물 등급제도는 한우 고급화를 가속화했다. 한우의 최고품질을 나타내는 ‘1++’ 등급이 도입되면서 고급한우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브랜드육도 전성기를 맞이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재래 토종 한우 확보전이 시작됐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신세계 백화점은 2004년에 흑한우를, 롯데백화점은 2005년에 칡소를 각각 출시했다.

또 이 무렵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 ‘유기농 인증’ ‘무항생 인증’을 받은 한우 확보전으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은 2005년 처음으로 유기농 한우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