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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주식투자 지표 PER 약발 안 받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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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와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지표 역할을 해왔던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이 미국 증시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PER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등 지표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보다는 거시 경제지표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올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평균 10%가량 웃도는 등 이익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지만, 주가는 이달에만 5% 급락했다.

미국 증시에서 PER은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PER은 지난해 1년 새 35%나 급락해 200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PER은 지난해 9월만 해도 23.1이었지만 현재 14.9까지 떨어졌고 12.2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시장을 둘러싼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유럽 경제위기에서부터 미국의 디플레 우려에 이르기까지 불안한 뉴스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3개월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내년 이익이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15%로 낮췄다. 최근 씨티그룹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은 이를 9% 수준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 미국 주식담당 투자전략가인 토비어스 레프코비치는 7%로 예상했다.

더구나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수익과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가 확산되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몇 개의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바스켓 투자가 늘어난 점도 PER이 영향력을 잃어가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컴퓨터에 기반해 빠른 속도로 투자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보다는 거시 경제지표나 수치, 투자 패턴이 더욱 중요해진 점도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PER이 다시 상승하면서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고조된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그런 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미국 주식 투자전략가인 더그 클리고트는 앞으로 미국 경제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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