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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한국사람들의 투자 고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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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고질병은 고치기가 어려운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의 의미가 강하다. 요즘에는 육체적인 의학용어라기 보다는 축구에서의 문전처리미숙이나 골 결정력부족 혹은 횡단보도 신호등 안전차선 무시하기나 잦은 실수를 얘기할 때 ‘고질병’에 걸려있다는 식으로 비 육체적인 용어로도 많이 쓰인다. 이 고질병의 어원은 시간을 지배하는 신인 크로노스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이 투자를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고질병이 나타나는데 투자자들의 고질병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가 있다. 첫 번째는 너무 싼 것만 찾는 다는 것이다.투자가치가 있고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초기 투자금액이 비싸더라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자금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일단 싼 것 먼저 찾고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평균 주당 매수 단가가 12,800원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투자할만하고 만만한 가격으로만 투자를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을 이끌고 가격이 상승하는 종목을 보면 우량 대형주 위주이고 이 종목들의 가격이 1~2만원대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보고 투자하는 습관은 버려야 하겠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속칭 ‘아파트거지’,’하우스푸어’라고 하는 부류의 대부분은 청약당시 중도금 무이자 후불제라고 해서 계약금만 당장 있으면 된다는 장점 아닌 장점에 투자를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지 않더라도 평당 매매가격이나 다른 원인은 잘 살펴보지도 않고 오직 가격이 싼 것만 찾다보니 나중에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나 악재요인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의 투자 고질병 두 번째는 너무나 많은 투자이후의 확인이다. 한번 투자를 하면 최소한 3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실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물론 전문적인 단기투자 위주의 주식투자나 기타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투자자들도 많이 있겠지만 왠만한 투자는 최소한 3년 이상을 봐야 하는 것이 요즘의 투자라고 한다면 주식에 투자해서 하루에도 대여섯번 이상 주가를 확인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애간장을 태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투자자는 부동산에 투자를 해도 하루에 한 두번씩 가격을 확인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아니 부동산이 하루단위로 가격을 확인하는 투자 수단인가 말이다.물론 본인의 투자 이후의 시장의 상황과 흐름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일부 수정하거나 변경을 통해서 보다 나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관점보다는 조바심이나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투자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투자예측을 통해서 예상수익률과 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점검해야 하겠고 일단 한번 투자를 했다면 그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어느 정도 진득함이 필요하겠다.

세 번째 고질병은 지나친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의존이다. 흔히들 금융상품 특히 투자상품을 가입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을 방문해서 상담을 하게 된다. 금융기관 직원들이 아무래도 일반 투자자들 보다는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서 그들이 권하는 상품으로 가입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방향성이나 자기 소신없이 머릿속이 하얀 상태에서 금융기관을 방문하고 추천하는 상품을 가입하기 보다는 평소에 습관적으로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의 동향 및 금리,환율,나라별 투자가치의 변화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고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그리고 개인적인 투자 성향을 감안해서 적어도 공격적인 투자자산과 안정적인 투자자산의 비율과 함께 각 분야별 어떤 종목이나 상품이 최근에 유망한지 개략적인 생각은 가지고 금융기관을 방문하도록 하자.

누구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인가?
금융기관 직원들 돈인가? 아니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돈인가?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내 자신의 분신 같은 돈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얼마나 신중하게 확인하고 점검해서 가입을 해야 하겠는가? 어차피 금융기관 직원들은 몇 년있다가 발령이 나거나 혹은 그 몇 년이 내가 찾아간 다음주가 될 수도 있어서 훌쩍 다른 지점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

남아있는 내 돈을 물론 다른 담당직원이 챙겨주겠지만 수 억원 이상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흔적도 찾기 어려운 경우고 허다하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가 관리하고 판단할 수 있는 투자체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말이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내는지가 중요하다.투자는 자신의 철학이 없다면 할 수 없다’라는 투가 격언이 있듯이 나만의 확고한 투자철학을 빨리 만들고 우유부단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투자의 이러한 고질병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도록 하자.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