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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미국 외교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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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10년에는 서울 용산의 12층짜리 주한 미국대사관 청사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게 된다. 미 대사관 청사는 직원 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 대사관 청사 주위엔 부대사 관저와 175가구의 대사관 직원용 숙소, 대사관 직원.가족 등 800여명을 위한 행정.생활지원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용산 일대에 미 행정부 소유의 대규모 종합 외교타운이 조성되는 것이다.

외교통상부와 주한 미 대사관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 대사관 이전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외교부는 이날 "서울 정동의 옛 경기여고 터(4544평)와 그 주변에 있는 옛 공사관저 터(3257평) 등 총 7801평을 미국 측에서 넘겨받는 대신 미군이 떠날 용산의 캠프 코이너 부지 2만4000평을 미 대사관 측에 제공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 21일 문화재위원회가 옛 경기여고 터와 옛 공사관저 터를 문화유산 보존지역으로 최종 지정, 향후 어떠한 건축물도 지을 수 없게 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올 상반기 중 최종 합의문에 서명한 뒤 본격적으로 이주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공기를 단축해 2010년에는 입주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최대한 협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용산의 미군기지는 2008년 말까지 모두 이전하며, 그 터의 대부분은 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으로 구체적 방안을 총리실과 서울시가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반환받을 터에 원래 이 부지에 있었던 흥복전.흥덕전.선원전.사성당 등 덕수궁의 중요 유적과 아관파천 길 등을 복원.보존할 방침이다.

◆ 정동부지에 집착했던 미국 측=미 대사관 이전 협상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대사관은 을지로 미 문화원과 옛 경기여고 터를 맞바꾸기로 합의한 뒤 그 자리에 15층짜리 대사관 청사와 8층짜리 직원용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정동 부지가 조선 왕궁의 터라는 지적이 나오고 "우리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정부가 대체부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캠프 코이너 부지를 대체부지로 최종 제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마지막까지도 '어떻게든 정동부지를 쓰게 해달라'며 옛 경기여고 터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고 전했다. ▶청와대.외교부와 가깝고▶궁궐 주위에 있어 경관도 좋으며▶인근에 러시아대사관 등 다른 대사관도 많아 외교활동이 훨씬 쉽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 누가 이익봤나=이번 협상 타결의 의미는 작지 않다. 우선 주한미군 감축, 용산기지 이전, 이라크 추가 파병 등 지난해 한.미 간 3대 주요 현안이 원만히 타결됐지만 올 들어 미 대사관 이전 문제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새로운 3대 현안이 떠오른 상황이었다. 3대 현안 중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캠프 코이너 부지의 경우 주변 땅값이 평당 3000만원가량이다. 따라서 2만4000평의 총 시세는 7200억원에서 1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면 한국이 돌려받을 정동부지의 경우 문화재 보존지역이어서 정확한 시세를 매기기는 불가능하지만 대략 평당 1억원은 족히 넘는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최소한 7800억원 이상의 가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미측에 땅은 세 배가량 줬지만 땅값 총액으로는 밑지지 않았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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