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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통치자 바뀐 100년 전 아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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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병합 하루 전날 순종이 내린 마지막 훈장

하루 사이에 통치자가 바뀐 나라에 살았던 100년 전 백성의 아픔을 보여주는 자료가 발굴됐다. 재야 서지학자 김시한(79·경안서림 대표)씨는 1910년 8월 28일 순종이 내린 서훈 상장과 다음 날인 8월 29일 데라우치 마사다케 통감이 낸 효행 상장을 27일 공개했다. 대한제국과 일본이 강제병합조약을 체결하기 하루 전과 당일, 두 날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1910년 8월 28일, 한·일 강제병합 칙령이 공포되기 하루 전에 한성 창덕궁에서 순종이 마지막으로 내린 서훈 상장은 오른쪽 밑 부분이 일부 불탔지만 내용은 명확하다. 이 무렵 발행된 상장은 다수 보존돼 있지만 8월 28일 순종이 내린 상장은 매우 희귀한 자료다. 상장 가운데 도장이 국새, 그 위쪽에 보이는 것은 순종의 친필이다.

한일병합 첫날 데라우치 통감이 표창한 효행상

이에 반해 1910년 8월 29일, 한·일 강제병합 칙령이 공포된 당일에 대한제국 침탈의 행동대장이었던 데라우치 마사다케 통감이 표창한 효행 상장은 일본어가 병기돼 있다. 메이지(明治) 43년(1910년)이라 표기했고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과 통감 인장이 찍혀 있다.

고문서 전문가인 박대헌(호산방 대표)씨는 “황국식민으로 전락한 조선인의 일상 생활사를 뒤져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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