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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수돗물도 명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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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난히도 무더운 올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우물가에서 끼얹어 주시던 등목을 생각하니 절로 시원해진다. 물은 과거엔 낮밤 가리지 않고 콸콸 잘만 나오면 만족하던 양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질과 환경, 에너지까지 염두에 두고 물도 명품을 찾는 시대다.

사실 물의 성질은 무미·무취가 기본이다. 즉 맛이 없는 물이 수질 기준을 만족하는 적합한 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맛있는 물을 찾는다. 뭔가 밋밋한 물보다 아무 맛은 없지만 뒷맛이 상큼하고 그러면서도 몸에 좋은 물을 찾게 된다. 물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으로 관리돼 맑고 깨끗하고 건강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고 느끼는 고품격의 물을 원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물 만드는 공장인 지금의 아리수정수센터가 안보 차원 등의 이유로 지도에 표시되지도 않았다. 요즘은 소통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서울시의 고도정수처리 시설은 ‘그린(Green) 상수도’를 지향하며 전망대를 갖추고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친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과 사람 간에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며 더 좋은 물, 더 맛있는 물을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상수도 정책과 최신 기술 동향은 중요하다. 우리나라 수돗물 통수(通水)기념일인 9월 1일부터 사흘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외 상수도 전문가들이 모여 수돗물과 녹색성장이라는 주제로 여는 국제심포지엄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서울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고품질의 수돗물을 마실 수 있길 기대한다.

이정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