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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명훈의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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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휘자 정명훈씨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어려운 첫걸음을 뗐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했다. 총 열 곡 중 첫 선택은 2번 교향곡 ‘부활’. 삶과 죽음의 장대한 주제를 다룬 다섯 악장이 한 시간 반 동안 쉼 없이 연주됐다. 125명 규모 오케스트라에 네 개 합창단, 두 명의 독창자가 동원됐다. 지휘봉이 연주 도중 바닥에 떨어져 부러졌다. 맨손으로 지휘를 끝낸 정명훈씨와 연주자들에게 청중은 10분 넘는 기립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26일 말러의 2번 교향곡 연주를 끝낸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 소프라노 페트라 랑(왼쪽부터)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는 말러의 탄생 150주년, 내년은 서거 100주기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부천필하모닉에 이어 두 번째 시도다. 음악 팬들은 이번 공연을 두 달 전 매진시켰다. “말러를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됐다”고 말해왔던 정명훈씨는 이날 “서울시향을 맡은 지 6년째로 접어든다. 이번 공연은 레벨을 한 단계 높여주는 도전이었다 ”고 평가했다.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내년 12월까지 이어진다. 대장정의 시작을 지켜본 이들이 140자 ‘트위터 스타일’ 리뷰를 보내왔다. 다음 공연은 10월 7일, 교향곡 10번이다. 말러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을 음악학자 데릭 쿡이 완성한 두 번째 버전으로 들려준다.

◆김선욱(피아니스트)=한국서 말러 2번 실연을 처음 들었다. 연주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마지막 악장의 따스한 음악에 눈물이 나왔다. 많은 사람이 이 악장에서 위안을 얻었으리라 본다. 이렇게 긴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간 지휘 덕분이었다.

◆김문경(『구스타프 말러』저자)=뒤로 갈수록 몰입과 열기가 더해져 피날레는 창대했다. 전반 악장에서 지휘자의 모험적 해석은 악단에게 버거운 숙제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이었다. 세밀한 약음, 무대 뒤에서 연주한 악기들의 음량 조절, 타악기의 음색 등 디테일에 공을 많이 들인 명품 연주였다.

◆강석희(작곡가)=많은 사람이 기대했을 보편적 말러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휘자 세계가 분명했다. 시작 부분은 극단적으로 강렬했고 느린 부분은 상당히 느렸다. 청중은 자신이 이제껏 들었던 말러와 비교해 호오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지휘자의 뚜렷한 세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권순철(서울시향 후원회원, KT 상무)=말러 2번은 실연으로 들어야 제 맛이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5악장 오르간·종소리는 음반을 통한 상상만으로는 맛 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연주는 뒤로 갈수록 증폭돼 제목처럼 ‘부활’을 폭발시켰다. 지금껏 막연히 들었던 작품의 진가를 정확히 알게 됐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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