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무연고 한국인 유골 일본에 매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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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가 한.일 협정문서 공개 때 함께 공개한 '재일본 한국인 유골 봉환, 1974' 외교문서. 이 문서엔 한.일 협정 체결 이듬해인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의 한국 정부가 식민지 시절 일본에 징용.징병됐다 숨진 무연고 한국인 유골을 일본땅에 영구 매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일본 측이 거절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일 협정 체결 이듬해인 1966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일제시대 일본에 징병.징용 됐다가 숨진 한국인의 무연고 유골을 일본땅에 영구 매장하도록 일본 측에 요청했던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하지만 일본 측은 무연고 유골의 연고자가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데다 일본 국민감정상 곤란하다며 되레 한국정부가 일괄 인수해가라고 역제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외교부가 지난 20일 비밀을 해제하고 공개한 '재일본 한국인 유골 봉환, 1974'라는 제목의 외교문서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문서에 따르면 66년 2월 21일 정부는 유골 송환 문제와 관련, 북한 출신자 문제를 고려해 차선책으로 무연고자 유골을 일본 내에 매장하도록 일본 측에 요청했다. 그때까지 우리 정부는 남북한 출신 구별 없이 무연고자 유골을 일괄 인수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일본 측은 '북한 출신자에 대해서는 인도하기 어렵지만 한국 출신자의 경우 한국정부가 책임진다면 유골을 인수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비록 차선책을 전제했지만 한국 출신자까지도 일본땅에 묻는 방안을 일본 측에 타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당시 난관에 봉착했던 유골 송환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제안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후 협상에서 이 같은 방안을 더 이상 구체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본 측은 유족이 확인될 경우 '유족주의'에 입각해 유골을 한국 측에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69년 제3차 한.일 정기각료회의에서 '연고 관계가 분명한 유골은 연고자 요청에 따라 개별 봉환한다'고 합의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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