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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더블딥 막을 추가부양책 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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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미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회복되는 듯했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어가는 징표가 속속 발표되면서다.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시선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또 다른 ‘카드’를 꺼낼지에 쏠리고 있다.

◆커지는 더블딥 우려=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7월 신축 주택 판매 실적이 27만6000채(연율환산 기준)로 전달에 비해 12.4% 줄었다고 발표했다. 전달보다 소폭 늘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전혀 딴판인 데다,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성장의 핵심축인 제조업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달 내구재 주문 실적은 전달에 비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증가세를 보인 건 보잉이 여름 에어쇼 기간에 항공기 생산을 크게 늘린 일회성 요인 덕이다. 수송장비 부문을 뺀 핵심 내구재 주문 실적은 오히려 전달보다 3.8% 줄었다. 특히 기계류(-15%), 컴퓨터·전자제품(-2.4%) 등의 하락폭이 컸다.

한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쓰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단 의미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채 저축과 부채상환에 열중하고, 기업은 벌어들인 현금을 쌓아만 둘 뿐 투자나 채용은 꺼리고 있다.

◆Fed에 쏠리는 눈=반짝 회복 후의 새로운 침체(더블딥)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서둘러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했던 각종 부양책의 효과는 사라지고 있지만 민간의 자생력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것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주던 세제혜택이 4월 종료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시선은 Fed로 쏠린다. 이달 Fed는 보유 중인 모기지증권 상환금을 국채에 재투자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경기하강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대세다. 무디스캐피털의 존 론스키 수석 경제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더블딥의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Fed의 추가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주목되는 건 26~28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Fed의 연례 심포지엄이다. 이 자리에서 벤 버냉키 의장은 27일 ‘경제 전망과 Fed의 정책대응’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추가 조치가 언급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일단은 말을 아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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