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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아버지들의 교육비법?

중앙일보

입력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32%를 배출해 온 유대인의 교육법을 연구해온 현용수 박사의 ‘자녀를 영재로 만드는 유대인 아버지들의 교육법’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지혜·율법·탈무드식 토론·학교교육 등 4가지 영역에 대한 유대인들의 교육 비법을 소개합니다.

 유대인 출신 감독 스필버그가 만든 명화 ‘쉰들러스 리스트’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유대인을 감금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한 막사에서 키우던 닭 한 마리가 없어졌다. 나치 군인들은 막사에 거주하는 모든 유대인들을 불러모아 누가 닭을 훔쳤는지 나오라고 호통을 쳤다. 아무도 나오지 않자 “나올 때까지 한 사람씩 차례로 죽이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나치는 앞의 한 노인을 향해 권총을 쐈다. 다음 노인에게 권총을 겨누자 13살 된 한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네가 훔쳤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누가 훔쳤는지 압니다.” “누구냐?” 소년은 죽은 노인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외쳤다. “저 사람입니다.” 결국 어린 소년의 지혜로 나머지는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혜 교육은 유대인의 4차원 영재교육 중 가장 높은 단계의 영역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지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인 셈이다. 유대인은 유달리 지혜를 강조한다. 지식은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배우지만, 지혜는 과거의 역사·전통·철학·사상·종교, 그리고 고전·효도와 같은 수직 문화에서 배울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은 잊어버리지만 지혜는 많아지고 세련되어진다.

 지식이 ‘무엇이냐’에 대한 공부라면, 지혜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지식이 수평문화라면, 지혜는 수직문화다. 유대인은 “지혜는 칼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책에서 지식을 얻고, 인생에서 지혜를 배운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인생의 경륜이 많은 노인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존경한다.

 유대인은 ‘남을 이겨라’가 아니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신발 끈을 매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따르지 말고 자신만의 다른 방법으로 매보라고 가르친다. 이 같은 교육의 힘으로 그들은 남이 만든 물건이나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항상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역사를 만들어 왔다. 오늘날의 금융산업을 처음으로 창안한 로스 차일드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학계,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그 같은 유대인들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삶에 요령이 있다. ‘요령’ 있는 인간과 ‘약은’ 인간에는 차이가 있다. 요령이 있는 사람은 지식인이 벗어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무난히 빠져 나간다. 반면 학교에서 지능(IQ)교육만 받고 지식으로만 채운 사람은 얕은 수를 부리는데 그친다.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주저 앉게 된다.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장 (재미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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