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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는 심리게임 … 10월 한국 선수권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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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5년 전, 이성하(42·사진)씨는 해외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위바위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려 우승자가 우리 돈으로 5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탔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사소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가위바위보도 진지해질 수 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축제 기획 일을 해온 이씨는 공연·광고업계의 뜻 맞는 사람 10여 명과 함께 ‘한국가위바위보협회’를 만들었다. 관련 축제나 대회를 열어 ‘가위바위보는 단순하고 시시한 게임’이라는 편견을 깨고 수준 높은 게임으로 위상을 높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씨는 “실제로 가위바위보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15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돼 17세기 무렵엔 유럽에 전파돼 프랑스 파리에 클럽도 생겼다.

그는 “가위바위보는 운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의 패턴을 파악하는 방법, 가위·바위·보 중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내는 방법 등 전술도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전략서까지 나와 있고 세계대회 때는 선수에게 코치도 붙는다.

협회는 2007년 9월 올림픽공원에서 국내 최초로 ‘한국 가위바위보 축제’를 열었다. 게임 관련 카페나 대학 동아리 게시판에 행사 안내문을 올려 참가자를 모았다. 이씨는 “모든 게임에서 항상 들러리로만 여겨졌던 가위바위보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라고 말했다. 협회는 올 10월께 두 번째 한국 대회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참가비를 받고 대회를 진행해 우승자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시킬 계획이다.

“중독도 없고, 나이·성별에 따른 경계도 없이 평등한 가위바위보의 세계가 더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컴퓨터게임에 파묻힌 청소년이나 쓸쓸해하는 노인들이 가위바위보로 함께 어울리면 좋겠습니다.”

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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