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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팀 主思派가 장악" 한나라 색깔론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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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이 차갑다. 한마디로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 총회 등에선 인수위 인적 구성을 놓고 색깔론 시비도 있었다. 특히 이경재(李敬在)의원은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주사파(主思派·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인수위에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데 노무현(盧武鉉)당선자는 이들의 기용을 재고하라"고 주장했다.

이원창(李元昌)의원도 의총에서 "인수위의 외교통일안보팀 명단을 봐라. 주사파가 장악했다"면서 "좌파 정권이 (정부를)인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경우 거의 전원이 햇볕정책 신봉자들이어서 북핵 사태를 냉정하게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성경륭(成炅隆) 인수위원의 '개혁 엘리트 1만명 양성론'과 관련, "친위 외곽의 홍위병을 양성해 盧당선자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金총장은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장기 집권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김대중 정권에서도 제2건국위원회 운운하다 홍위병 양성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당직자들은 소장학자 중심의 인적 구성도 비난했다.

朴대변인은 "인수위원 중 정부에서 일해 본 경력이 있는 사람은 두명에 불과하다"며 "이론만 있을 뿐 검증도 되지 않은 인수위원들이 인수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국정 경험도 없고 현실이라곤 모르는 사람들이 인수위원의 대부분이더라"며 "관념과 이상론에 현실을 접목시키는 잘못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세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사파 참여'주장과 관련, 윤영관(尹永寬)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 간사는 "어떤 근거로 이런 허무맹랑한 인신공격성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근거를 밝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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