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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보건 10대뉴스]'이주일 신드롬' 금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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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올해는 금연·채식 열풍 등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일부 죽염·구운 소금, 감자칩 등의 발암 우려 물질 검출 파동, 50여년 만에 겪은 주사제 사망사고 등 국민을 불안하게 한 사건들도 잇따랐다. 환자가 1백만명이 넘게 발생한 전염병도 있었다. 식품·의약·보건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10대 소식을 간추려본다.

◇금연 열풍〓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영향으로 올 초부터 금연바람이 불었다. 애연가로 알려졌던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심장병으로 쓰러지면서 금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담배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절대 금연'건물이 속속 출현했으며 청소년 흡연율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열풍은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들어 담배 소비량이 다시 느는 추세다.

◇채식·유기농 바람〓한 방송사의 채식 권장 프로그램 방영 이후 식료품 매장에서 녹황색 채소·유기농산물이 거의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따라 가짜 유기농산물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하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지적한다.

◇아폴로 눈병 대유행〓지난 9월 초 1백여만명의 학생이 이 눈병 때문에 학교에 결석했고 일부 학교는 휴교까지 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환자가 10만명 이상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던 이 눈병은 2주 정도 지나면서 진정됐다. 국립보건원은 아폴로 눈병의 원인체를 엔테로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콕사키 바이러스 A24형'이라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감염 후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눈이 붓고 이물감·충혈·분비물 증가·발열·두통 등을 호소했다. 사태 후 보건당국은 아폴로 눈병을 법정 전염병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독감 유행=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11월에는 학교와 직장마다 독감으로 인한 결석·조퇴자가 속출했다. 같은 달 20일 서울에서 한국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했던 브라질의 축구황제 호나우두까지 독감에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독감은 '파나마 A형'. 국립보건원은 환자수가 지난해 독감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보다 두배 가까이 많으며 유행시기도 한달 이상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독감은 특히 열·두통 등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마다 "이렇게 아파보기는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주사제 집단쇼크 사고=지난 10월에는 거제의 한 병원에서 근육이완주사(갈라민주)를 맞은 환자 두명이 쇼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생산설비 노후 등 해당 제약회사의 불량 공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3개월15일간 모든 제품의 제조업무 정지처분과 함께 10개 앰풀주사제 전 제품을 수거·폐기하도록 조치됐다. 주사제 사망사고는 1947년 포도당 주사액 사고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 재발생=5월 초부터 두달간 경기도 안성 등 4개 지역에서 구제역(口蹄疫)이 다시 발생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서 발생하는 전염병. 입·발굽에 물집이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 치명적인 질병이나 인간에게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림부는 즉시 피해지역 소 16만마리를 도축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수역사무국(OIE)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증받았다. 올해에는 2000년 구제역이 처음 발생할 당시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육식 기피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 주의보〓일본에서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을 복용한 사람 일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 여파가 국내에 미쳤다. 인터넷이나 케이블TV 쇼핑몰 등을 통한 판매에 정부의 단속이 강화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수입금지 다이어트 식품 목록을 서둘러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 복용 후 간기능이 손상됐다는 환자가 나왔다. 이어 미국 등에서 수입되는 건강보조식품에서도 식품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에페드린 성분 등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나 수입 다이어트 식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구운 소금·죽염 다이옥신 파동〓식의약청이 지난 8월 일부 구운 소금과 죽염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관련 제품들이 시장에서 대부분 퇴출되는 파동이 있었다. 염소화합물인 소금에 열을 가하면 다이옥신이 극소량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상된 사실이었으나 소금이 안들어가는 요리가 거의 없어 주부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이에 업계측은 다이옥신의 규제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부실 제품만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해 큰 피해를 보았다며 반발했다. 식의약청은 이 소동 후 소금에서 다이옥신의 '위해 우려 수준'을 소금 1g당 3pg(1조분의 1g)으로 설정했다. 또 제조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자사 제품을 검사하도록 하고 검사결과 '위해 우려 수준' 이하로 나타나면 '식의약청에서 정한 수준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감자칩 발암물질 검출 파동=식품안전당국이 국내 일부 감자칩·감자튀김·비스킷·시리얼·커피·초콜릿·건빵 등 가열식품에서 발암의심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졌다. 그러나 식의약청은 국내 검출치가 외국에서 발표된 수치와 유사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며 아크릴아미드가 암을 일으킨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 식품을 기피식품으로 선정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결론이 날 때까지 가능한 한 식품 조리시 튀기거나 장시간 가열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응급 피임약 시판 개시=시판 여부를 놓고 윤리성 논란이 벌어졌던 사후 응급 피임약(노레보정)이 지난 1월 정식으로 출시됐다. 이 약은 성관계 후 3일 안에 두 차례 복용하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 식의약청은 이 약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응급 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불법판매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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