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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파문]복제 성공이냐 사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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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클로네이드가 세계 최초로 인간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복제에 성공해 건강한 여아가 태어났다"는 발표만 했을 뿐 클로네이드가 이를 입증할 과학적인 증거는 물론 심지어 산모와 복제아의 사진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로네이드는 인간 복제 성공을 발표하기 전 인간배아 연구에 관한 논문을 내놓거나 인간 이외의 동물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적조차 없어 이번 발표를 둘러싼 의문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이 클로네이드의 인간 복제 연구를 중단시키기 위해 대표인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의 실험실을 조사한 결과 인간 복제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고등학교에 월세 3백50달러를 주고 빈 교실 하나를 빌렸을 뿐 변변한 기자재 하나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인간배아 복제를 발표한 미국 ACT사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과학적으로 믿을 만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신속한 증거 제시를 촉구했다. 1996년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켜 주목을 받은 영국의 과학자 해리 그리핀 박사는 28일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양·돼지·생쥐·염소 등 짐승을 상대로 복제를 연구해온 모든 연구단체는 한결같이 높은 사산율과 질병 발생률 등을 보고해 왔다"고 밝혀 클로네이드의 발표에 의문을 표시했다.

의혹의 눈길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문신용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학문적인 업적은 학술지에 먼저 발표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발표는 '사기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평했다.

한편 클로네이드사가 검증 책임자로 선정한 마이클 길런 전 ABC방송 과학담당 에디터는 28일"산모와 복제 아기 '이브'에게서 추출한 DNA 샘플을 국제적인 연구소 두곳에 보내 일치 여부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클로네이드 측은 복제에 성공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는 데 "7∼10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여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브'가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인지는 법정에서도 강력한 증거수단으로 사용되는 유전자 감식에 의해 간단하게 증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 염색체에 개인별로 특이하게 존재하는 부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동일인 식별 방법과 같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이승환 유전자감식실장은 "이 방법에 따른 신뢰도는 1백%에 가깝다"며 "최근에는 기자재가 발달해 혈액 등 검사물을 확보한 뒤 24시간이면 복제 인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유있게 잡아도 이틀이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10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클로네이드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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