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속빈' 우리 영화 올 480억 손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올 한해 충무로의 전반적인 체력이 급속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겉은 화려했으나 속은 부실한 '속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45.4%로 지난해와 비슷해 외국 영화에 밀리지 않았으나 막상 손에 쥔 수익은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투자·제작사인 아이엠픽쳐스(대표 최완)가 최근 발표한 '2002년 한국영화 투자·제작 현황'에 따르면 올해 우리 영화계는 총 4백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백90억원의 흑자와 비교하면 급전직하한 수치다. 올해 76편의 한국영화(애니메이션 제외)가 개봉됐으니 편당 평균 6억3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계산이다.

<표 참조>

한마디로 올해엔 영화가 '돈이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제작비의 급증이다. 지난해보다 총제작비가 82%나 뛰었다. 당연히 손익 분기점도 높아졌으나 흥행 수입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예스터데이''아 유 레디?''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대작 세 편의 손실액이 2백억원대에 이르러 충무로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양길을 걷는 비디오를 대체할 DVD·인터넷 등 부가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과제다. 올해 비디오 판매량은 편당 1만9천장으로 전년 대비 25%나 줄었다. 반면 케이블TV·위성방송, 인터넷 VOD 등 기타 판권의 매출 수익률은 5% 오른 데 그쳤다.

내년 시장은 어떻게 될까. 내년에도 60∼65편의 한국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편당 평균 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면 약 2천억원이 영화계에 유입될 전망이다. 최완 대표는 "현재 각 배급사의 상영 계획을 따져본 결과 영화계 자체의 급속한 위축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앞으로 영화사들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개선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충무로가 희망적인 건 관객·스크린 수 등 영화 시장 자체가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올해 처음으로 서울 관객 4천만명, 전국 관객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보다 지방의 성장세가 더 가파르며,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금요일 관객이 급증하는 등 영화계 전체의 파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스크린 수도 1천개로 늘었다. 충무로의 기획력에 따라 언제든지 흑자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가 정착한 것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