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인 기술고시 첫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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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급 뇌성마비 장애인이 신체적 어려움을 딛고 기술고등고시에 처음으로 합격했다. 생후 1년 만에 뇌성마비 2급 장애판정을 받은 최은형(崔銀亨·26·경기도 시흥시·사진)씨는 27일 발표된 기술고시 최종합격자 50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남들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장애인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부모님한테 그렇게 배웠어요. "

자영업을 하는 부모는 2남 중 장남인 자신을 일반인과 똑같이 키우기 위해 학창시절 내내 버스를 태워 통학시켰다. 지능지수(IQ) 1백35인 崔씨는 몸놀림과 언어소통이 불편했지만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를 선택했다.

부천고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마친 뒤 같은 학과 대학원에 다니다 휴학하고 2000년 3월 고시에 매달렸다.

4개월 만인 그해 7월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낙방한 뒤 지난해 1년을 꼬박 수험책들과 씨름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3년간 집 근처 시립도서관을 오가며 하루에 일곱시간씩 혼자 고시준비를 했다는 崔씨는 "손놀림이 불편해 답안지 작성하는 게 어려웠지, 다른 애로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서 근무하면서 전공 분야인 생태관련 업무를 맡는 것이 崔씨의 포부다.

고대훈 기자

coch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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