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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웃음도 배달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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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한국야쿠르트 관악지구에서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2백명의 직원들은 평소보다 4시간 이른 오전 6시쯤 대문을 나섰다. 서둘러 배달을 마치고 음식을 만들어 서울의 대표적인 산동네인 난곡지대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 노인들에게 배달하기 위해서다. 오후1시 이들은 신림7동 종합복지관에 모여 미리 준비한 고기 2백㎏을 두시간 동안 요리하고 곧바로 산동네 골목길을 올랐다. 오후 7시까지 이들은 모두 1백가구를 돌며 가구당 20㎏들이 쌀 한포대와 2㎏의 불고기를 전달했다. 김은정(42)씨는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어린 가장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불우이웃돕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들어간 돈은 모두 1천여만원.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사회봉사를 위해 그동안 월급의 1%씩을 떼어낸 돈으로 대부분 마련했다. 그리 많지 않은 액수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이규돈 강남지점 마케팅 팀장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뿌듯함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계기도 된다"면서 "마케팅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임직원들의 이웃돕기는 일일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22년 동안 매월 1%의 월급을 갹출해 사회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75년 윤득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전 사원들에게 사회기부를 통한 봉사와 고객신뢰 마케팅을 주창한 이후 지금까지 1천7백여건이 넘는 기부활동을 벌여왔다.

이 때문인지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줄어든 적이 없다. 2000년 6천7백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천7백억으로 늘었고 올해는 8천4백억원 달성이 무난하다. 최소한 연평균 5% 이상은 성장했다. 이 회사 김종욱 홍보팀장은 "기부는 곧 공익연계 마케팅이며 소비자와 기업이 같이 이득을 보는 상생(win-win)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도 시민이다=삼성의 기부활동은 그 양과 질면에서 국내기업 중 최고다. 그룹차원에서 사회봉사단을 두고 있을 정도다. 올 한해도 지금까지 9백억원 정도를 각종 기부금으로 출연했고 연말까지는 그 액수가 1천2백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 17일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말이웃돕기 성금으로 1백억원을 기탁했고 지난 여름 태풍피해 주민들을 위해 80억원의 수재의연금을 쾌척했을 정도다. 이에 앞서 8월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개인차원에서 5천억원 규모의 국내최대 장학재단을 설립, 국내외 인재개발에 나섰다.

삼성의 이같은 기부문화는 李회장의 경영지침과 무관하지 않다. 1987년 그룹회장 취임사에서 그는 "인간과 사회봉사가 최고의 미덕이며 사회공헌을 기업의 생존전략 개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삼성은 계열사와 임직원의 봉사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LG는 복지와 환경·문화·교육·언론 등 5개 분야를 정해 공익재단을 통해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만 1백96억원을 사회 환원했다. 일회성 기부보다는 사회 각 분야별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전문화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연암문화재단은 고서찾기운동사업 등 문화예술활동에 80억원, 상록재단은 산림 산성화 방지사업에 12억원, 연암학원은 축산·원예전문인력 양성사업에 53억원을 기부했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유원 부장은 "기업도 사회의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면서 "게다가 기부활동이 기업이미지 제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LG의 기부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96년부터 울산에 1백10만평 규모의 초대형 공원을 조성 중이다. 2005년까지 모두 1천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사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울산에 대규모 에너지·화학공장을 가동 하고 있는 SK는 현지에서 얻은 이득을 현지 주민에게 돌려줘야 기업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다. SK가 매년 20억원을 들이는 중국판 장학퀴즈 장웬방도 중국에서 얻은 이익을 중국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이익의 사회환원과 관련있다. 또 현대자동차는 사랑의 우유와 쌀보내기 운동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고, 포스코는 사내 1천5백여 그룹단위로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벌여 철의 딱딱한 이미지를 봉사의 부드러움 속에 녹이고 있다.

◇기부와 매출은 정비례 관계=기업들의 기부활동은 곧바로 소비자들의 구매의욕과 직결되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해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기업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 기업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전략 컨설팅사인 도움과나눔(doum

net.net) 최영우 대표는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각 기업의 상품 품질과 가격은 갈수록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대신 기업이미지 등 문화적인 요소가 소비자 구매에 큰 작용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선진국은 사회기부가 활발한 기업일수록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소비자 구매의사가 30%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글=최형규·양선희·표재용, 사진=장문기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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