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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 100차 현장 몽골 동행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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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의대 손인철 교수(왼쪽)가 몽골 전통씨름 ‘부흐’ 선수 출신인 이떼시(53)씨의 맥을 짚고 있다.

“바이를라, 바이를라.” 둘람(dulam·73) 할머니는 진선두 원장(진선두 한의원·서울)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콤스타)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의료봉사를 펼친다는 소식을 접하고 100여㎞ 떨어진 쿠스타인누루 지역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몽골의 초원에서 전통가옥인 ‘게르’에 홀로 살며 말·소·양 등 가축 100여 마리를 키운다. 퇴행성 관절염까지 있어 몸이 성할 리 없다. 진 원장이 정성스레 침을 놓고 뜸을 떴다. 십전대보탕 등 한약도 처방했다. 할머니는 “관절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가축의 젖을 발효시켜 말린 몽골 전통 간식 ‘아롤’ 2봉지를 건넸다.

콤스타가 이달 7~11일 울란바토르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1993년 한의사 몇 명이 세계 최빈국 네팔에서 시작한 해외 한방의료봉사가 100회째를 맞는 현장이다. 몽골을 택한 것은 올해가 한·몽 수교 20주년, 우리 정부가 지원해 설립한 한·몽 친선 한방병원이 내년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진료는 친선 한방병원, 바얀골 구립병원, 시 외각의 저소득 거주지인 가나안학교 등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진료를 받기 위한 주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아 봉사단의 이마에는 금세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61명(한의사 27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에는 다양한 직종이 힘을 보탰다. 한의사 가족부터 회계사, 대학교 조교, 회사원, 한약사,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궂은일을 도맡았다.

콤스타는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카자흐스탄 등 세계 27개국을 돌며 20여만 명에게 인술을 펼쳤다. 콤스타는 199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승인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한약제제·의료용품 등의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100회 봉사활동의 보람을 한 번에 앗아가는 가슴 아픈 기억도 있다. 2006년 스리랑카 트링크말리에서 3000여 명의 주민에게 의료 봉사를 펼치고 돌아왔다. 얼마 뒤 쓰 나미(지진해일)가 덮쳐 웃으며 진료소를 떠났던 주민 95%가 세상과 등졌다.

20년 가까이 세계를 누빈 콤스타는 민간 외교사절단으로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을 놓고 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해외에선 ‘동양 전통의학=중의학’이었다. 『동의보감』도 중국 것으로 착각했다.

콤스타 이상운 부단장(자생한방병원)은 “한방의료봉사의 문이 열린 국가는 한의학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스리랑카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 국립전통의학병원에서 전통의사를 대상으로 한의학 교육 과정을 개설해 한의학을 전수했다”고 설명했다.

콤스타의 101차 해외 봉사활동 장소가 정해졌다. 이춘재 단장(대인한의원·경기)은 “10월께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네팔 카트만두 북쪽의 타르푸라 지역을 찾을 계획”이라며 “ 초심을 기억해 더 나은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100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콤스타(www.komsta.org)는 한의사가 아니라도 함께할 수 있다.

울란바토르(몽골)=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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