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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웰빙 식탁 ⑩ 지중해식 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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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파프리카 예미스타, 살라타 메 솔로모 마카로니아

혈관질환 발생률, 영·미보다 낮아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지중해식 식사란 “그리스, 이탈리아, 남부 프랑스 등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 주민의 식단”이며 “올리브유·적포도주·해산물을 즐겨 먹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지중해 주변 사람들의 식탁엔 또 채소·콩·과일·곡류·유제품·고기도 자주 오른다.

올리브유·적포도주를 제외하면 우리 시골밥상 같은 지중해식 식사는 건강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리브유, 등푸른 생선 등 지방이 많은 식품을 즐겨 먹는 지중해 주변 사람들의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발생률이 영국·미국 등 다른 서구인에 비해 훨씬 낮아서다.

차움 푸드테라피 이기호 원장은 “올리브유, 등푸른 생선엔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많다”며 “적포도주엔 혈관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레스베라트롤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엔 치매 예방까지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브라암

지중해식 식사가 가벼운 인지장애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료센터 연구팀은 신경학 전문지(‘Archives of Neurology’ 2009년 6월)에서 그 이유를 “지중해식 식사가 몸 안에서 염증을 억제해 심장병은 물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탈리아 피렌체대 연구팀이 지중해식 식사 관련 논문 12편을 분석한 결과(‘영국의학저널’ 2008년 9월)도 주목할 만하다. 지중해식 식사를 즐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신경질환 발병률이 13%나 낮았다. 또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9%, 모든 종류의 암 발병률은 6% 낮게 나타났다.

지중해식 메뉴의 하나인 ‘브리암’엔 토마토·양파·마늘·파슬리·호박·가지 등 각종 채소·과일이 들어간다. 채소·과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비타민C·안토시아닌·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은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토시아닌·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은 세로토닌·도파민·아세틸콜린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이 각자의 수용체에 잘 달라붙게 해 두뇌활동이 활발해지도록 도와준다. ‘브리암’엔 로즈메리·민트 등 허브도 첨가된다. 이 중 로즈메리는 인삼·은행잎·민들레꽃 등과 함께 치매 예방·치료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되는 허브다.

‘파프리카 예미스타’에도 파프리카를 비롯한 양파·토마토·버섯·마늘·잣·딜·파슬리 등 다양한 과일·채소·허브가 식재료로 사용된다. ‘살라타 메 솔로모 마카로니아’의 주재료는 연어다.

카레 즐기면 우울증 예방 효과도

연어·고등어·꽁치·삼치·정어리 등 등 푸른 생선의 기름엔 혈관 건강에 유익한 EPA·DHA 등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DHA는 염증 억제·항산화 효과, EPA는 혈류 개선 효과가 있다”며 “지중해식 식사를 꾸준히 하면 혈관성 치매는 물론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중해식 식사에서 ‘약방의 감초’ 격인 올리브유는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가 ‘위대한 치료제’, 그리스 시인 호머가 ‘황금 액체’라고 예찬한 식용유다. 올리브유에 풍부한 지방인 올레산(불포화 지방의 일종)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내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혈관성 치료·예방에 유용한 측면이다.

카레를 즐겨 먹는 것도 치매 예방에 유효할 수 있다.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심황)엔 커큐민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커큐민이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의 확산을 차단하고 신체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치매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뇌 속의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의 고갈을 막아 치매 환자에게 흔한 우울증 예방도 돕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레시피는 joins.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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