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지방경찰청장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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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 그리고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는 제주도에 여성이 경찰의 총책임자로 가게 됐다. 지난해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경무관이 됐던 김인옥(53)씨가 21일 제주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난 것이다.

김 신임 청장은 "기쁘지만 제주도의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소임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선 서장(총경)으로 일하다가 여성 1호 경무관으로 승진했을 때는 실무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는데 다시 중책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청장은 "제주도가 너무 좋아 매년 서너 차례씩 여행을 갔고, 이로 인해 지역 상황을 잘 알게 됐기 때문에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 청장은 "국제 행사가 많은 관광도시의 이미지에 맞는 '부드러운 치안'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197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부산 동아대 1학년 때 현역 경찰이었던 부친(작고)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길이었다. 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녔을 만큼 호탕한 성격이었던 그가 순경 공채 포스터를 보고 인생의 항로를 정한 것이었다. 77년 경장 때 서울 종로경찰서 소년계에서 청소년 문제를 담당하는 등 청소년 문제와 생활안전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김 청장은 "어린 시절 집안이 고아원을 운영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기도 했다"며 "묘하게 사회복지와 관련한 경찰 업무를 많이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경찰을 마치면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사이버대에서 3년 반 만에 사회복지학 학사를 딴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청장은 99년 3월 총경으로 승진해 경남 의령서장과 경기 양평서장.경기경찰청 방범과장 등을 거쳤고, 지난해 1월 서울방배서장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중앙공무원교육원에 파견됐다. 미혼인 그는 "경찰과 결혼했다는 말도 있지만 좋은 인연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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