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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보완 원리 통하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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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성탄절을 맞아 이번 대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지역 간, 세대 간 차이가 대립이 아니라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40억년 생명의 역사를 통해 모든 생명의 밑바닥에는 상보의 원리가 들어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오늘의 퀴즈는 '( ): helices in DNA that Watson and Crick discovered'이다. 웟슨과 크릭이 발견한 DNA 구조에는 나선(helix)이 몇 개 들어 있나 하는 문제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발견을 들라고 한다면 나는 1929년에 발표된 허블에 의한 팽창하는 우주의 발견과 53년에 발표된 웟슨과 크릭에 의한 DNA 구조의 발견을 들겠다. 전자는 우주가 약 1백50억년 전에 대폭발로 시작됐다고 하는 빅뱅 우주론의 단초를 제공한 획기적인 발견이고, 후자는 생명 현상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DNA 구조를 밝힘으로써 유전·진화 등 생명 현상을 분자 레벨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한, 지적으로 또한 실용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발견이다. 이 두 가지 발견을 바탕으로 자연과학 전체는 '우주'와 '생명'이라는 두 키 워드로 요약되고, 우리는 비로소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53년에 무명의 웟슨과 크릭이 발표한 DNA 구조는 두 개의 나선형 가닥이 꽈배기처럼 꼬인 이중나선 구조다. 그런데 두 개의 가닥은 똑같은 가닥이 아니라 서로 상보적인 가닥이다. 요(凹)와 철(凸)은 상보적이다. 凹凹凸凹凸을 DNA 한 가닥의 일부라고 한다면 그에 상보적인 상대 가닥의 일부는 凸凸凹凸凹가 될 것이다. DNA에서는 凹凸의 두 글자가 아니라 A· T· G·C 네 가지 염기의 순서에 의해 생명의 정보가 기록된다. 그런데 凹와 凸이 상보적이듯이 A는 T와, 그리고 G는 C와 상보적이다. 그래서 DNA 한 가닥에, 예컨대 AACTG라는 순서가 있다면 이 가닥을 마주 보는 상보적인 가닥에는 TTGAC라는 순서가 있게 된다. 인간의 경우에는 약 30억개의 A·T·G· C 순서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정보를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DNA의 두 가닥이 상보적이기 때문에 한 가닥의 정보가 손상을 입더라도 다른 가닥의 정보로부터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凹凹凸凹凸이 凹凹山凹凸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상보적인 凸凸凹凸凹로부터 山이 있는 자리에 凸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보성이 없다면 유전 정보는 불안해지고, 콩 심은 데 콩 나는 유전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40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유전적 안정성과 변이의 가능성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우주에서의 생명'을 파악할 지능을 갖춘 인간의 출현이 가능했을지 의심스럽다.

보수와 혁신, 교육에서 수월성의 추구와 형평성의 추구 등 일견 대립적이고 양립이 어려워 보이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시키고 상호 보완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아쉽다. 40억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생명의 화합물 DNA 이중나선으로부터 상보의 원리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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