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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갖기 꺼리는 부모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0호 18면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면 보통은 환아가 원하는 아이였는지 아니었는지 질문을 받는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모든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 커플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원치 않은 임신 자체가 줄어든다고 한다. 조기 성교육과 사후 피임약 덕분이다.아이는 분명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보기에 예쁜 것과 책임감을 갖고 돌보는 것은 별개다. 아이를 가진 부부들 중에는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양육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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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에 들어갈 것은 다 지니고 태어난다며, 별 생각이나 특별한 계획 없이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았던 과거와 요즘 젊은 부부들의 입장은 물론 다르다. 엄청난 사교육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열악한 사회 시스템 때문에 실제로 출산율과 소득수준이 비례한다는 통계도 계속 나온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맞벌이를 해야 겨우 가계가 유지되고 키울 사람도 없을 경우 현실적으로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조건이 괜찮은데도 부모 되기를 거부한다면 그 심리적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만과 세상과의 불화다. 불행한 마음,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많은 사람들은 사는 것 자체에 대해 냉소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들의 어투를 빌리자면 이 더러운(?) 세상에 또 하나의 인간을 내놓는 것 자체가 죄악이란 믿음이다.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는 제대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가족 내 갈등으로 인한 좌절감이 숨어 있다.

또 정반대로 행복하고 능력도 있는 부모 밑에서 모든 것을 다 편하게 누리고 살아 온 사람 중에도 아이를 낳기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희생적이고 완벽한 부모가 될 자신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이들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도 같이 성숙해 가는 것이지 완벽한 부모로 타고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또 돈이 많아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는 물신숭배의 강박사고도 문제다. 산후 조리도 왕족처럼, 육아도 최고로, 사교육도 일류로 키워야 아이들이 성공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하게 키워야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와 참을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귀할수록 천한 이름을 붙이고 부정 탄다고 돌잔치도 하지 않은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걱정하면서, 지구 환경까지 고려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이도 있다.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으니, 그들의 신념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인 계산 때문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태도가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은 간다.

아이는 미래이자 희망을 상징한다. 아이를 갖고 안 갖고는 각자 개인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된다면, 힘들어하는 젊은 부모들을 위해 기성세대와 사회가 과연 출산과 육아를 위해 어떤 뒷받침을 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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