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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정치·문화 중심으로2030파워 사회를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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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1세기 한국의 주류가 바뀌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2030(20대와 30대)이 4050(40대와 50대)을 밀어내고 전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 때 엇박자 손뼉 장단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압사한 효순·미선양의 넋을 위로하며 광화문의 밤을 촛불로 밝혔다. 그리고 '2002 선택'에선 그들의 힘을 보여줬다. KBS 출구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20대는 62%, 30대는 59%에 이른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들의 '참여'와 '젊은 선택'이 이념 대결을 세대 교체 바람으로 바꿔버렸다.

무관심과 방관의 세대로 낙인 찍혔던 그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훌쩍 커버린 것이다. 특히 대부분이 직장인인 30대의 대반란은 대선에서 태풍의 핵이 됐다.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자금의 하나로 쓴 희망 돼지 저금통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70억원) 중 50%가 30대 직장인이 냈다. 20대가 낸 후원금과 합하면 70%를 차지한다. 盧당선자의 참모진도 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홍두승(사회학)교수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정치는 남의 일'로 외면했던 세대가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경제 분야에서도 점차 중심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대부분 2030이 최고 경영진으로 포진해 있다. 그런가 하면 2030은 모든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이 됐다. 생산과 소비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이다.

연세대 정승화(경영학)교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의욕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 경제계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내 멋대로 산다'는 21세기형 신한국인 1세대인 2030은 조직이나 생활문화도 바꿨다. 체면·격식·충성을 중시했던 문화는 파격과 개성, 그리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캠퍼스에선 마르크스·레닌·탈춤 등 이념색이 짙은 단어들이 사라지고 창업·주식·영화 등을 추구하는 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개혁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기성세대의 고정된 틀을 거부하는 20∼30대가 40∼50대들이 주도해온 사회적·문화적 기반을 교체하는 세대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40대와 더 가까웠던 30대가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20대 문화와 같은 색깔이 됐다"고 말했다.

이원호·백성호·손해용 기자

llh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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