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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밤' 나이보다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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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죽어도 좋아' 70대에 새 가정을 꾸린 부부의 사랑과 성(性)을 그린 이 영화가 세인의 주목을 끌면서 노년기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노년기 성'하면 겉으로는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이나 연령이 높아진다고 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세계 32개국 40∼80세 남녀를 대상으로 '인생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조사(화이자 2002년 시행)를 한 결과 우리나라는 조사대상자(남녀 6백명씩)의 87%(남성 96%, 여성 82%)가 '중요하다(매우, 상당히, 어느 정도)'는 선택을 해 세계에서 가장 성생활을 중요시하는 국민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의 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아본다.

◇노인도 성생활이 가능하다=8순에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랑을 느낀 문호 괴테, 비슷한 나이에 갓 낳은 딸을 자랑스레 안고 다니던 배우 앤서니 퀸. 이렇듯 이성(異性)을 향한 사랑과 성욕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각방을 쓰면서부터는 남편과 사소한 싸움을 하더라도 쉽게 화해가 안된다"는 P씨(68·여)처럼 노년기 남녀도 사랑과 성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성생활은 언제까지 가능한 것일까? 김교수는 "개인차가 심하지만 통상 지병이 없는 한 80대에도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힌다.노인이 되면 남성의 성기는 ▶성행위 때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크기와 강직도가 떨어지는 변화가 온다. 하지만 이는 성생활을 접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년기 성생활을 저해하는 요인=노년기 남성의 성생활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은 당뇨·심혈관 질환 등 성기능을 약화시키는 질병이다. 따라서 평상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잘해야 한다.

여성은 폐경을 성 능력 상실로 오해해 성생활이 위축되기도 한다. 김세철 교수는 "여성은 성욕을 유발하는 테스토스테론이 폐경후 몇 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감소한다"면서 "폐경이 됐다고 성욕이 떨어질 이유는 별로 없다"고 들려준다.

폐경 여성의 성생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성교 통증이다. 여성호르몬의 급속한 감소로 질(膣)이 위축되고 성교시 분비물이 감소되기 때문. 삼성서울병원 윤병구 교수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질 위축과 성교통은 쉽게 치료된다"며 "질병으로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여성도 1주일에 2회 에스트로겐 크림을 바르거나 질정을 넣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성행위 직전에 질윤활제를 발라도 된다.

정신적인 영향도 크다. 화이자와 중앙대 비뇨기과의 조사에서 한국남성은 주관적 발기력 불만족도 질문에 대해 40대 26%, 50대 37%에서 60대 69%, 70대 85%로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불만족도가 급속히 증가한다(미국 남성은 40대 39%, 50대 48%, 60대 57%, 70대 67% 로 완만히 증가). 이는 한국 남성이 정신적으로 조로(早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보라매 병원 비뇨기과 손환철 박사는 "노년기에도 젊은이들 문화에 묻혀 살아야 하는 대도시로 갈수록 노인들의 성생활이 적극적"이라고 들려준다.

교육수준도 노년기 성생활과 관련이 깊다. 손박사는 "40∼79세의 1천3백56쌍을 조사한 결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성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성생활 관심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성에 대한 능동적 태도 필요=노년기에도 활발한 성생활을 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성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서울성클리닉 설현욱 원장은 "노부부는 수십년간의 성 파트너인지라 편안한 대상인 동시에 성적 호기심은 없는 상태"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삽입 성교 이외에도 포옹·키스·애무 등 잦은 신체적 접촉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가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글=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사진=변선구 기자

s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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