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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도 Wi-Fi<무선 초고속 인터넷>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인터넷으로 재택근무하던 사람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답답한 집안을 나와 근처의 스타벅스 커피점으로 향한다. 거기서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하던 일을 계속한다. 길을 가다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 컴퓨터를 켜서 e-메일을 확인한다. 출장 길엔 공항이나 호텔 로비에서도 무릎에 컴퓨터를 올려 놓고 짬나는 시간 동안 업무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영화를 본다.

요즘 막 번지기 시작한 와이-파이(wi-fi)덕에 새롭게 접할 수 있는 미국의 풍경이다.

미 서부 오리건주의 포트랜드시에는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는 공공시설이 벌써 1백40군데나 된다. 시정부가 돈을 들여 이런 시설을 갖춘 게 아니라 한 비영리 단체의 투자 덕분이다. 뉴욕 맨해튼 42번가에 있는 브라이언트공원이나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서도 와이-파이가 가능하다. 뉴욕시 산하의 NYC 와이어리스가 이런 환경을 갖춰놨는데 인터넷 상에서 한번 등록하면 6시간까지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캔자스시티 같은 중서부의 도시에서도 최근 와이-파이가 가능한 공공장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공항이나 공원·도서관·대학 등 공공시설은 시정부나 해당 기관이 나서서 이런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반면 카페·레스토랑·호텔·서점·차량정비소·부동산거래소 등은 업소가 고객을 끌기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업소에서는 이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와이-파이는 특히 직장을 잃어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최고다. 노트북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상태에서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집이나 회사에서 쓰는 유선 접속보다 훨씬 빠른 11mbps에 달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지난 주엔 IBM·AT&T·인텔이 공동으로 무선 인터넷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컴퓨터와 통신업계·반도체 업계의 대표주자 셋이 손을 잡고 향후 무선인터넷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세 회사는 '코메타 네트웍스'란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 co. kr

◇와이-파이란=wireless-fidelity(무선 초고속)의 준말로 고속 인터넷을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소량의 전파 스펙트럼을 통해 제한된 장소(보통 반경 약 1백m)에서 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선 인터넷 환경을 갖춘 곳에서 약 1백달러 정도에 장만할 수 있는 와이-파이 카드를 노트북 컴퓨터에 장착하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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