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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연극·뮤지컬]'유령'이 이끈 뮤지컬 바람 우리 작품 잇단 해외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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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올해 뮤지컬을 포함한 연극계는 크게 세 갈래의 흐름으로 요약된다. 뮤지컬의 초강세,상대적인 연극의 열세,그리고 둘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해외 교류다.

뮤지컬 강세를 이끈 역군은 '오페라의 유령'(제미로)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장장 7개월 공연에서 연관객 24만명, 총매출액 1백92억원, 순이익 약 20억원을 기록했다.

통계적인 수치가 성공을 말해주지만, 정작 이 작품이 건진 소득은 따로 있다. 작품의 완성도가 보장된다면 롱런도 가능할 만큼 우리 시장의 덩치가 커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졸속 제작된 다수의 뮤지컬이 그 커진 시장을 거뜬히 채우지 못하고 주저않는 바람에 시장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창작 뮤지컬로 선전이 기대됐던 '몽유도원도'(에이콤·예술의전당)의 고전은 가슴 아픈 대목이다. 이 작품은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창작'이라는 숭고한 가치로 버티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혹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아무튼 협소한 관객층에서 요란한 뮤지컬로의 관심이동은 자연스레 연극의 심각한 위축을 가속화시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그동안 중추이던 40∼50대에서 30대로 극작·연출가의 중심이 이동되면서 이들이 만만찮은 역량을 보여준 점이다. '인류 최초의 키스'의 고연옥·김광보,'깔리굴라 1237호'의 고선웅·박근형,'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의 박상현·김동현 등이 이 신진그룹에 속한다. 중견 연출가 가운데는 한태숙·이상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우리 것을 내보내든 남의 것을 받아들이든 올해 국제 교류 활동은 다양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이콤)의 런던 공연은 긍·부정의 양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도였다. '갬블러'(신시뮤지컬컴퍼니)의 일본 공연은 해외 원작을 가공해 역수출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총체극 '우루왕'(국립극장),연극 '레이디 맥베스'(물리·예술의전당)도 해외 공연에서 좋은 결과를 낳았다.

연극·무용의 해외 명작 소개에서는 LG아트센터가 도맡다시피 했다. 독일 탈리아극장의 '신곡',러시아 연출가 카마 긴카스의 '검은 수사' 등 아방가르드적인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수작들을 통해 해외 것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한·일 합작극 '강 건너 저편에는'은 모범적인 한·일 문화교류의 성과로 꼽힌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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