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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취업 결산]구직난·구인난 엇박자 양쪽서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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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올해 신입사원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한 해였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구직자는 몰렸지만 연구개발·마케팅·구매 등 전문직에는 지식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찾지 못해 채용에 애를 먹기도 했으며 생산·영업·판매·물류 등은 공급이 모자라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또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열린 채용박람회에는 수많은 구직자가 몰렸지만 실제 취업과 연결된 경우는 10명 중 한명도 채 안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에도 취업시장은 구인업체의 요구와 구직자의 준비·자격이 어긋나 양측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성 갖춘 구직자 부족〓채용정보 업체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이달 초 대기업·중견기업 1백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6개 기업이 '채용에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생산·영업직 등 일이 힘든 직종은 구직자들이 취업을 기피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56개 기업 중 13개 기업이 '생산직' 채용을 원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인사팀 관계자는"여성사원을 채용하려 했으나 생산직을 기피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화유통 인사팀 김복수 대리는 "매장 판매직이나 물류관리 등 힘든 일은 채용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마케팅·리서치 등 전문 직종은 기업들이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인력개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오라클 인사팀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전형을 하다 보니 지원자격을 상세하게 설명해놓아도 무조건 원서 내보기식 지원이 많았다"며 "회사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춘 구직자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글과 컴퓨터 인사팀 관계자는 "입사 지원자들은 넘쳤지만 지원자격에 맞는 기술·지식을 갖고 있는 구직자는 찾기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SK제약 인사팀 관계자는 "지원자 중 상당수가 지원자격에 미달했고 신입직은 자신이 어느 분야에 지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상당수였다"고 지적했다.

잡링크 김현희 실장은 "생산·영업직도 나름대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전문분야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학·공공기관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기대 못 미친 채용박람회〓지난 10월부터 두달 동안 잇따라 열렸던 온·오프라인 채용박람회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지만 예상보다는 실속 없는 행사로 끝났다는 게 취업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구직자들이 취직을 원하는 대기업은 대부분 빠지고 벤처·중소기업 중심으로 진행돼 사람만 몰렸지 실제 취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취업사이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취업박람회에 다녀온 1천2백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는 6.4%(78명)에 불과했다.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1백71개사 중 직원을 채용한 기업은 20.5%(35개사)에 그쳤다. 대기업은 59%가 직원을 채용했지만 중소·벤처기업은 10%만 채용박람회를 통해 직원을 뽑았다. 다만 경력자의 경우 신입보다 취업박람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확률이 다소 높았다. 경력자 4백72명 중 8%(38명)가 취업했다. 신입은 이보다 3%포인트 낮은 5%(7백28명 중 40명)만이 취업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내년에는 참가 기업수만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을 엄선할 필요가 있다"며 "구직자도 원서 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구체적 자격을 명시하는 등 개선점을 찾아 실질적인 취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취업전문업체가 뽑은 올해 5대 취업뉴스

▶1위:사상 최대의 취업경쟁률

-주요기업 취업경쟁률은 74대 1로 지난해 평균 70대 1보다 웃돌았음.

▶2위:고학력 찬밥

-외환위기 취업난을 피해 석·박사 과정에 진학했던 인력이 대거 쏟아지면서 심지어 고학력을 속이고 취업하는 기현상도 발생.

▶3위:대기업 우수인재 확보전 치열

-삼성·LG·SK·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CEO가 앞장서 우수 인재 확보 나섰음.

▶4위:청년실업 심각

-통계청 10월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청년 실업자수 40만9천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67.6%나 차지. 20대는 모집 일자리 8만5천여개인데 구직자는 35만여명에 달했음.

▶5위:달라진 채용문화, 면접이 관건

자료=잡 코리아·잡 링크 선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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