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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수백억원 날릴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3면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과 주식을 거래하면서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몰래 약속했던 SK증권이 수 백억원대의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이 약속에 따른 손실액 1천여억원을 JP모건에 지급한 SK글로벌의 해외 법인들이 SK증권측에 손실보전을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SK증권은 이면 약정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최근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11억8천2백50만원)을 부과받았다.

<14일자 20면 참조>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5일 "SK글로벌의 해외 법인들이 SK증권에 손실 분담을 요청해 금융감독위원회의 징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손실의 상당 부분을 SK증권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결산 기준일(31일)이 임박했기 때문에 연내에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K증권과 JP모건의 이중거래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별표 및 그림 참조>

당시 SK증권은 한남투신 등과 함께 JP모건이 만든 바트화 연동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그해 말 동남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인해 5천여억원의 손실을 보자 "JP모건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국제소송을 냈지만 결국 99년 9월 SK증권이 화해금 3억2천만달러를 지급하고 JP모건은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소했다. 이후 JP모건은 SK증권 2천4백만주를 주당 4천9백20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당시 양측은 3년후 SK계열사들이 이 주식을 주당 6천70원에 되사주기로한 이면 약정을 체결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실제 지난 10월 11일 비상장 계열사인 SK캐피털과 워커힐이 당일 종가인 주당 1천5백35원에 SK증권 주식을 되산 뒤 보장가격과의 차액 1천여억원을 SK글로벌의 싱가포르와 미국 법인이 보전해줬다.

두 회사의 자본금이 각각 8백억원과 1백억원 규모로 이번 거래로 인해 자본금 전액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상장회사인 SK글로벌의 연결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되므로 법적인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SK글로벌측이 SK증권에 손실 분담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견상 JP모건과 SK글로벌의 손설보전 거래는 옵션 매매에 따른 독립된 계약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SK증권이 손실을 분담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SK증권의 파생상품 투자 실패로부터 사건이 시작된 만큼 손실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편 SK증권이 지난달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결손금이 3천7백7억원에 달한다. 또 올 상반기 순익은 40억원에 불과해 누적 결손금은 4천억원을 다시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SK증권-JP모건 이중 계약 일지

▶1997년 SK증권, 태국 바트화 연동 파생상품 거래로 5천억원 대 손실 발생

▶1998년 JP모건 상대로 채무 부존재 소송 제기

▶1999년9월 양측 화해(JP모건에 화해금 3억2천만달러 지급, JP모건은 SK증권 유상증자 1억7천만달러 참여)

▶1999년10월 SK증권 유상증자 실시, 주당 6천70원을 보장해주는 옵션계약 체결

▶2000년4월 SK증권, 옵션계약 이행을 위해 JP모건 자회사 발행한 채권 매입

▶2002년10월 SK캐피털과 워커힐이 JP모건이 보유한 SK증권 주식 2천4백여만주 시가(3백70억원) 매입 발표

▶2002년10월 SK글로벌 현지법인,차액(1천1백억원) 보전

▶2002년11월 금감원, 이중계약 의혹 주사 착수

▶2002년12월 금감원, 공시위반 등에 대해 과징금 부과/SK증권과 SK글로벌 손실 분담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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