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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체국 '기업처럼'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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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도요타자동차만큼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일류 편의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내년 4월 국영기업으로 발족하는 일본 우정사업청이 도요타자동차 및 편의점 체인 로손을 '코치'로 영입해 우편행정의 기업화에 나섰다. 기존의 관료조직으로는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청은 우선 우편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요타의 경영기법을 도입한다는 'T프로젝트'를 마련해 12월 초부터 도요타의 물류사업 전문인력들을 우체국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현재 사이타마(埼玉)현의 우체국을 시범지역으로 정해 우체국 업무를 낱낱이 파악 중이다.

우정사업청은 이어 내년부터는 도요타의 생산공정 담당 직원들을 우체국에 상주시키면서 우편물의 수집·분류·배달 작업의 표준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우정사업청은 이 모델을 2004년부터 정식 도입해 우편업무의 효율성을 도요타의 생산공장 수준으로 높인다는 복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체국의 구조나 우편배달 체계도 도요타의 시스템에 맞춰 획기적으로 바꾸는 안도 검토 중이다.

우편사업은 제조업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대량생산 방식의 일관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정사업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도요타의 생산공정을 응용키로 한 것이다. 도요타-우정사업청 제휴는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이 우정공사의 사업계획을 정하는 우정공사설립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어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우정사업청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편의점 체인 로손과 업무제휴를 하고 내년 1월부터 일본 전역의 7천7백개 로손 점포에 우체통을 설치키로 했다. 우편저금용 자동현금입출금기(ATM)나 소포취급 센터를 같이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점포 내 우체통 설치 비용 약 1억엔은 로손이 전액 부담하고 우편물의 수집·관리는 우정사업청이 맡아 하루 한번 우편배달부를 내보내는 식이다.

우정사업청은 우체국을 새로 내는 데 들어가는 신규 투자비를 전혀 들이지 않으면서 대량으로 우체국을 신설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 우편물처럼 매일 소량 배달이 이뤄지는 편의점의 물류시스템도 우정사업청의 우편업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청은 우정업무가 민영화되는 내년부터 야마토운수 등 민간업체들이 우편배달 사업에 뛰어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편의점을 파고 들어 우체국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일본 편의점 업계 2위인 로손이 우체국 기능을 할 경우 소비자들은 우체국이 문을 닫는 밤이나 휴일에도 늘 가까운 편의점에서 우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로손도 우체통을 이용하려고 찾아오는 손님수가 점포당 하루 1백50명 정도 추가로 늘어나며 이 가운데 상당수를 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우정사업은 지난해 4년 만에 80억엔의 흑자를 냈으나 올해에는 우편량이 줄어들어 다시 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청은 공사 발족 초기부터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제조업 및 유통업의 대표기업과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한편 우편사업에 진출하려는 일부 기업들로부터는 우정공사가 국영기업으로서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대기업들과 제휴함으로써 처음부터 불공정한 경쟁을 하려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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