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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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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출간 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가수 조영남(60.사진)의 책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랜덤하우스중앙)이 20일 책방에 깔렸다.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일장기의 태양을 표지 한가운데에 앉히고, 그 위에 '친일선언'이라고 쓴 왕방울만한 글씨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한다. 해방 갑년(甲年)에도 여전히 일본에 불편한 감정이 없지 않고, 저자에게 던질 돌 하나를 막 집어들 판인데 분위기가 희한하다.

표지 왼쪽 위의 사진 한 장이 사람을 피식 웃게 만든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찌른 채 옆을 살짝 돌아보는 평소 조영남의 꺼벙한 모습에 장난기가 풍긴다.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의 전체 내용도 그렇다. 통념을 뛰어넘는 위험수준의 잇단 발언과 함께, 사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유머감각이 곳곳에 살아있다.

전범(戰犯) 도조 히데키 등의 위패가 들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간 일, 한.중.일 동북아 3개국 관계의 지뢰밭인 그 신사를 놓고 "여러 나라의 다 큰 어른들이 수십년간 붉으락푸르락하는 게 너무도 우습다"고 무심하게 털어놓는 고백(143쪽) 등은 조영남답다. 그런가 하면 이런 발언도 던진다. "칭기즈칸은 싸움에 성공하는 바람에 칭기즈칸이 되었고, 도조 히데키는 싸움에 실패하는 바람에 전쟁범죄자로 곤두박질 쳤다. 한 끗발 차이였다."(79쪽)

때론 소박한 역사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도 여봐란 듯이 남을 침공했다는 기록을 남겨보자. 점령국 사령관에 오르고 싶다. 나는 나라를 지키기만 한 위인들을 섬기는 일에 지쳤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배짱 발언'은 1945년생 해방둥이인 그가 앞 세대와 달리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기 때문에 나왔다는 점이다.

책에 서문을 쓴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은 핵심을 찌르고 들어간다. 조영남은 "알량한 폄훼나 열등한 호들갑 없이 일본을 읽을 수 있는" 위인이고, "자유를 강제하는 국가의 강제와 상관없이 사는 독립군 양아치"라는 평가다. 김어준 말고도 한마디씩 '덕담'을 한 이 중에는 정운영(중앙일보 논설위원).최윤희(카피라이터)씨와 함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있다. 정 장관은 조영남의 일본문제 언급에 대해 "누군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은 지난해 10월 중앙일보에 연재된 '조영남의 울퉁불퉁 일본기행'을 전면적으로 고쳐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영남 식의 구수한 구어체 문장이 되살아났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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